[라스트 오브 어스] 샘과 헨리
접선을 하기로 했던 동료는 도망을 가고, 남아있는 탄환은 얼마 없었으며, 의지할 곳이라고는 동생 뿐인 불친절로 가득한 세계였지만, 헨리는 그래도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상황은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에게도 아이가 있다. 헨리는 샘을 짐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 아니, 사실은 굉장히 많았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으면 도대체 이 짐짝에게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몇 번이고 생각했었으니까. 어쨌든 그 사람에게도 헨리에게 짐짝같은 '아이'가 함께 있었다. 감염체로 가득하고 군대에게 일반인이 통솔당하는 세계에서, 아이를 데리고 시가지를 횡단하는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자기 말고 또 있었을 줄이야. 조엘과 엘리는 부녀도 아니면서 행동을 함께하는 이상한 조합의 이 인조였지만 헨리는 아무래도 좋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아이를 인질로 잡고 언제든지 조엘을 배신할 마음도 가지고 있었으며, 실제로 인질극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둘을 배신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닥친 상황은 그 배신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자신들을 믿어준 사람들을 배신한 것에 대한 대가.
"샘......! 너 도대체 언제..!"
하룻밤 사이에 감염체가 되버린 동생. 헨리의 눈 앞이 새하얗게 불타올랐다. 어제 시가지에서 감염체들과 싸울 때 어딘가 물렸던걸까. 왜 발견하지 못했던걸까. 그 짧은 사이에 온갖 생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동생을 향해 총을 쏘려는 조엘에게 샘은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총탄 소리가 귀를 울렸고, 조엘이 악을 썼지만 샘에겐 오직 감염체가 되버린 동생만이 보였다.
죽여야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그 사실이, 지금 오른 손에 들고있는 리볼버로 동생의 머리통을 갈겨야 한다는 그 사실이, 너무도 아프게 헨리의 가슴을 후벼팠다.
탕탕, 메마른 파열음이 두번 울리고 동생이었던 감염체는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스미는 피의 웅덩이. 그걸 보고서야 샘은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 동생을 쐈다. 빌어먹을 총으로. 짐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죽었으니 이제 자유인데. 그런데 해방감이라곤 단 한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샘은 깨달았다. 샘은 짐이 아니었다. 샘은 헨리가 이 불친절한 세계에서 지키고 싶었던 단 하나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이제 세상에 없다. 헨리는 빠르게 총구를 관자놀이에 댔다. 이런 결말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런 결말에 도달하고 말았다.
헨리는 마지막 순간, 바닥에 떨어진 로봇을 보았다. 어제 잡화점에서 샘에게 안된다고 내려놓으라고 했던 장난감이다. 딴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며 설득했지만, 지금은 그 선택에 후회밖에 남지 않았다. 손바닥 두 개만한 저걸 허락하는 대신, 차라리 밥 한끼 굶으라고 할 걸 그랬다. 그렇게나 가지고 싶어했는데.
다음에 만나게되면, 저거랑 똑같은걸 선물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감염체고, 러너고, 사냥꾼이고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매일매일 살아남을 각오 대신, 여자친구나 축구 경기 결과 같은 시시한 것들에 목숨거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다시 형제로 만난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샘, 내 동생. 만약 그런 세상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 형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