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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신전생4/요나이자] CD플레이어

르체 2016. 3. 26. 00:09



 동쪽 미카도국에서의 우리의 위치는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이 도쿄로 내려가면서 동료가 되었고, 갖은 경험을 하는동안 동료에서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가끔 네가 날 보는 시선이 좋았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그 올곧은 시선이, 건틀렛의식을 위한 광장에서부터 신경쓰였다고하면 너는 뭐라고 말할까.

"그게 뭐야?"

 마법의 유물에 관심이 많은 너는, 내가 아까 폐허에서 주워온 것이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후린과 월터는 무기상점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웠다. 자연스럽게 둘만 남은 황량한 공터에서, 너는 경계도않고 성큼 나의 울타리에 들어왔다.

"글쎄, 뭘까. 원반같이 생기긴했는데 여기 튀어나온 촉수가 신경쓰인단말이지...."
"흐음. 바로우즈쨩, 혹시 뭔지 알겠어?"

 만화의 다음 편이 아니라는걸 알아채자 급격히 열기가 식은 표정을 지으며 네가 손목의 건틀렛에 대고 물었다.

<서치모드 실행....... 아, 이건 도쿄의 더럽혀진 자들이 음악을 들을 때 쓰는 도구야. 상태가 괜찮은걸보니 아직 쓸만한것 같은걸?>

 바로우즈의 대답에 나는 멍해졌다. 도대체 이 원반같은 것의 어디가 악기라는 것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건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 모르겠어... 어떻게 연주하는거지?"
<연주하는 도구가 아니야. 거기 촉수같이 생긴것 있지? 그걸 귀에 넣어봐.>

 너는 그 말에 서슴없이 둘로 갈라진 촉수의 한 쪽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얼른 나에게 귀에 넣어보라며 재촉했다. 모든 일에는 레이디 퍼스트지만 이번엔 어쩔수 없나.

"아무것도 안들리는데?"
<그럼 이제 원반에 있는 세모버튼을 눌러봐.>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버튼에 손을 얹었다. 힐끗 곁눈질하니 비장한 표정을 짓고있는 네 옆모습이 보인다. 

딸깍.
버튼을 누르고 얼마간 무음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고장난거 아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귓가가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곧 거짓말처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짓말......"
"어떻게 이 작은 물건안에 악단이 들어있는거지? 악마의 소행인가?"
<자세한 구동원리는 나도 잘 몰라.>

 우리는 후린과 월터가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들었다. 사무라이가 되기 전에는 가끔 성에서 이런 연주를 듣기도 했는데. 그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옷,  무대, 음악. 하지만 너와 단 둘이서만 이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