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역전재판

[쿄오도] 외국 커피

르체 2016. 3. 26. 00:48



 쿄우야가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게 바로 그저께. 어제는 쉬고 오늘은 밀린 일을 하느라 조금 분주한 상태였다. 아카네에게 부탁하고 가긴 했지만 그녀가 제대로 일 해줄 리가 만무하지. 쿄우야는 자기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세 시간쯤 그러고 있었을까. 좀 쉴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가 났다.

 

"잠시 실례해도 되나요?"

", 마침 쉬려던 참이었어."

 

 오랜만에 보는 오도로키의 모습이었다. 그 쪽에서 먼저 이곳을 찾아주다니. 또 무슨 꿍꿍이일까. 쿄우야는 출장지에서 가져온 커피를 내리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부탁할 때의 오데코군은 정말 재밌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소파에 앉은 오도로키는 쿄우야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말 할 타이밍을 재고 있는 거겠지. 쿄우야는 그런 모습에 그만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다.

 

"출장지에서 가져온 커피야."

", 저기."

"특별히 오늘만 주는 거니까 감사하게 받으라고."

 

 예전에 같이 사건을 수사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오도로키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먹을 수는 있지만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그런 정도의. 쿄우야는 그걸 알고서 오도로키에게 일부러 커피를 대접했다. 이 사실을 아는 누군가 이 장면을 본다면 쿄우야를 꽤나 악취미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쿄우야는 실실 웃으며 오도로키의 반대편에 앉았다. 오도로키는 꽤나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거절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어지간히도 귀찮은 부탁인가보다. 항상 투덜대던 오도로키를 저렇게까지 얌전하게 만들다니. 쿄우야는 새삼 권력의 힘을 다시 느끼게된다.

 

 오도로키는 일단 커피의 향기를 맡았다. 그런대로 합격인지 표정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입에 한 번 대더니 금새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려고 한다. 쿄우야는 급히 그 동작을 저지했다.

 

"오데코군. 이 커피 어디서 가져온건지 알아?"

"출장지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니까.......예맨? 이랬던가.."

"맞아. 그런데말야. 예맨에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거든."

"뭔가요?"

 

 오도로키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쿄우야가 자기가 커피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잊은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쿄우야가 짓고 있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니 왠지 벌써부터 한 방 먹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머리 좋은 저 검사가 잊고 있을 리가 없지. 그러건 말건 쿄우야는 오도로키가 들고 있던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맨에서 커피를 대접 받은 사람은 한 번에 커피를 다 마셔야해."

"마시지 않으면요?"

"대접해준 사람과 결혼."

"??"

"결혼하기 싫다면 그 컵을 가득 채울 만큼의 금을 대접해준 사람에게 지불할 것."

"그게 무슨?! 검사, 여기는 일본이고, 그건...."

"하지만 마시고 있는건 예맨의 커피잖아? , 어쩔래?"

 

 악마다. 저 사람은 악마야. 오도로키는 얼굴의 핏기가 싹 가시는걸 느꼈다. 장난이라고 넘어가고 싶은데 반대편에 앉아있는 사람은 싱글싱글 웃고만 있다. 당장이라도 잔을 던지고 웃기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쿄우야에게 내일 법정과 관련해서 꼭 해야만 하는 부탁이 있다. 하지만 커피는 싫다. 냄새는 괜찮지만 입에 한 모금 닿는 것만으로도 그 쓴맛이 온 몸에 퍼져서 정말 싫은데. 오도로키는 온갖 생각이 뒤섞여 표정마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손에 쥔 찻잔을 노려보았다. 아직 반 넘게 남아있다. , 정말 싫어. 하지만 어른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 결혼이네 금이네 놀림 받는 것보다는 그냥 눈 감고 마시는 게 좋을 듯싶다. 결국 오도로키는 노려보던 잔을 입에 가져가 커피 잔을 단숨에 비웠다.

 

"......... ."

"하하하, 그릇을 채울 금은 없는 모양이네. 역시 신참 변호사에게 그건 무리려나."

"검사 진짜.... 나중에 갚아줄거에요."

"기쁘게 기다리도록하지. , 그래서 오늘 날 찾아온 용무는?"

 

 오도로키는 비어있는 커피 잔을 노려보며 주머니에서 요청할 서류의 목록을 꺼내어 쿄우야에게 넘겼다. , 입가가 정말 쓰다. 이래서 커피는 싫다니까. 오도로키는 미누키에게 준 사탕이 몹시도 아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