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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13일의 금요일
하나는 팝콘을 입 안 가득 우겨넣었다. 평소라면 두리가 했을 법한 행동이었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하나는 비어있는 반대편 자리를 향해 잔뜩 눈을 흘기며 다시 한 번 무릎 위의 봉지를 향해 손을 뻗어 팝콘을 우악스럽게 집어들었다. 영화 상영 시간까지는 삼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기계음에 화가나서 끝까지 듣지도 않고 꺼버리길 수십 번. 상대방의 휴대폰은 물론, 집에도 몇 번이고 전화해봤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는지-그러고보니 리모 아저씨가 학회를 간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하나의 간절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는 한숨을 쉬면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래, 이렇게 나온다는거지 권세모. 하나는 뿌득뿌득 이를 갈며 벌써 반 이상 비어버린 팝콘통을 신경질적으로 흔들었다.
처음에 이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한 건 세모였다. 간만에 기대되는 액션영화라며, 음악감독이 상을 몇 개를 탔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한 것도 세모였다. 하나는 그 당시 논문 마감에 쫓겼던 상태라 이야기를 반쯤 흘려 들었었다. 그래, 그래.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하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세모가 열성적으로 이야기했던걸 생각하면 정말 기대했던 영화인 모양이었다.
"다음 주에 시간 돼?"
"글쎄...? 마감 맞추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게 말을 흘렸지만 하나는 세모가 말한 그 날을 맞추기 위해 일주일 내내 논문에 매달렸다. 세모가 이렇게 강력하게 뭔가 하자고 한 건 오랜만이었기에 맞춰 주고 싶었다.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로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한 미안함에 대한 보상을 하고 싶었을지도. 어쨌든 마감도 제 날짜에 맞춰서 제출했고, 다음 주까진 쉬어도 된다는 교수님의 허락도 받았다. 영화표 예매는 이미 이틀 전에 완료. 가장 잘 보이는 정 가운데 좌석을 예메하느라 손목이 나가도록 마우스 연타를 했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노력했는데.
정작 당사자가 오지 않는다. 말이 안되잖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다났다. 핸드폰은 꺼져있고, 집 전화는 받지 않는다. 세모도 분명 오늘이 약속인걸 알고 있을텐데 어째서? 하도 연락이 안되니 이젠 슬슬 걱정이 되려고까지 한다. 세모는 이렇게 말없이 늦을 사람이 아니다. 그건 십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하나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무뚝뚝하긴 했지만 책임감없는건 아닌 녀석. 무슨 사고가 생긴건 아닐까? 연락을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 생긴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하나는 스마트 폰을 통해 엑스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하나.]
"엑스, 또봇들 끼리는 통신 가능하지? 혹시 제트랑 지금 연결 돼?"
[연결해 보겠음...... 제트?]
[엑스? 무슨 일이냐 그러더라고?]
평온한 제트의 목소리에 하나는 긴장이 쫙 풀린 듯한 기분이었다. 세모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제트가 저럴리가 없지. 한숨 돌린 하나는 제트에게 세모의 소식을 물었다.
"제트, 혹시 세모 어딧는지 알아?"
[세모라면 지금 학교에 갔다 그러더라고.]
"응?"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하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늘은 세모가 수업 있는 날이라 그러더라고. 경영학 뭐라고 했는데... 세모에게 볼 일이 있냐 그러더라고?]
"어... 음, 아냐. 고마워 제트."
대답도 듣지않고 서둘러 연결을 끊은 하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영화표까지 끊어놓고, 거기에 오지 않아 걱정까지 해줬더니 뭐? 수업? 하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덕분에 팝콘 통이 무릎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알바생이 달려왔고, 사과를 하며 같이 치우는 내내 하나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팝콘을 다 치운 하나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다시 매점에 가서 줄을 섰다. 뭐라도 씹어 넘기면 분이 풀리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를 곁들여서.
"콤보세트 하나요."
"아, 네. 혹시 대도무비 회원증 가지고 계신가요? 금요일은 특별 엑스트라 서비스 해드립니다."
"네? 저기 지금 뭐라고?"
"대도무비 회원증을..."
"아, 아뇨. 금요일이요?"
"네. 오늘은 13일, 금요일입니다."
하나는 순간 눈 앞이 새하얘졌다. 팝콘이고 나발이고 자리로 돌아와 허둥지둥 스마트폰을 켜 대도무비 앱을 눌렀다. 온라인 예매를 해서 날짜가 남아있을터.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 나타난 예매 내역에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터트렸다. 예약 날짜는 14일, 토요일이었다. 그걸 보는 하나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와, 차하나 심했다. 아무리 밤낮없이 일했다지만 어떻게 날짜랑 요일을 다 헷갈리냐.
세모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수십통 남아있을 부재전화를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제트가 세모가 돌아오자마자 물어볼텐데. 사실대로 날짜를 착각해서 너 안온다고 화내면서 전화 걸었다고 말해야하나?...
머릿 속을 가득채우는 오만가지 생각에, 하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애먼 천장만 바라보며 시간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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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세키군] 관심 받고 싶어
세키는 옆자리의 요코이가 좋았다. 하지만 원체 여자에 대한 면역이 없던 세키인지라, 평범하게 인사를 건넨다거나 장난을 거는것조차 할 수 없었다. 남자애와는 평범하게 장난도치고 이야기도 하는데, 어째서인걸까. 세키는 엎드리는 척 하며 요코이를 슬쩍 훔쳐보았다. 귀보다 살짝 아래로 내려오는 단발머리에 동그란 눈. 어떻게하면 저 아이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인 역사수업은 참 재미가 없어서, 세키는 책 모퉁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챠르륵 넘기는 그림으로 시간을 때울 생각이었다. 한참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던 세키는 옆얼굴이 따가워짐을 느꼈다. 어?
"세키군, 수업시간에 딴짓하면 안돼. 주의받는다구."
그것이 요코이와의 첫 대화. 세키는 이거다 싶었다. 그것이 계기가되어, 세키 속 스위치가 이상한 쪽으로 켜졌다.
요코이는 집중력이 부족했다. 산만하다고 해야할까. 옆에서 조금이라도 부시럭거린다 싶으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세키에게서 눈을 떼지못했다. 그래서 더욱 딴짓에 몰두했다. 그러면 요코이의 시선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인기를 끌기 위한 세키만의 방식이었다. 누군가가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모에 신경쓰듯, 몸을 가꾸듯. 덕분에 딴짓의 정도는 날이갈수록 규모가 커져갔다. 주객전도같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코이의 옆자리 세키는 오늘도 수업시간에 딴짓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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