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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Time to sleep, spidy. 3
처음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한달쯤 전이었다. 그러나 일이 바빠 곧 잊어버렸고, 중요한 일이라면 곧 생각나겠지 싶어 뒤로 미뤄뒀더니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 해서, 컨퍼런스 건은 제가 총 담당을 맡는걸로 하기로 했는데요. 보스?"
"아, 계속해."
해피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토니는 그 이상한 위화감의 정체를 생각해내기 위해 해피의 보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지만 더 이상 미루었다간 왠지 곤란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해피의 보고는 거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지난 주에 남아메리카에서 캡틴이 나타났다는 제보가 있었고, 완다로 추정되는 기이한 현상에 대한 영상 자료가 이어졌다. 이상하다, 중요한 일이라면 바로 기억이 났을 텐데 ... 도대체 뭐지.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별 일 없는것 같고요."
"아, 그래! 그거였어! 해피, 아주 잘했어."
"예?"
"급한 볼일이 생각났어. 브리핑은 여기서 끝. 급한 일 있으면 연락해."
생뚱맞게 칭찬을 받은 해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토니를 쫓아가려 했으나 그는 이미 복도 저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토니는 '스파이더맨'이라는 키워드에서 드디어 그 이상한 위화감의 정체를 찾아냈다. 그래, 녀석이 너무 조용했다. 물론 조용히 지내라고 지시를 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조용하다. 평소같으면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나 메세지가 남겨져 있었을텐데, 마지막으로 연락을 받은게 언제였더라. 빠르게 걸으며 수신함을 확인해보니 피터에게 온 메일은 두달 전이 마지막이었다. 통화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프라이데이, 해피의 휴대폰이랑 메일 수신 내역 검색좀해봐. 수신인은 피터 파커로."
[네 알겠습니다.]
해피가 알면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흰 눈을 뜨고 화를 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토니는 해피의 수신함을 해킹했다. 수백건의 수신 내역이 있었으나 마지막 발신일자는 토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달 전에 마지막으로 '학교 끝났어요.'라는 문자가 와있었다. 그러고보니 매일같이 '오늘은 꼬맹이가 츄러스를 얻어먹었다는군요, 부럽기도하지.'하며 보고 때마다 비꼬던 해피도 요새는 '잘 지내는 모양이더군요'로 보고를 마치곤했다. 아마 직접 보고 들은게 아니라 멀리서 관찰한 듯한 말투였지. 왜 깨닫지 못했을까. 토니는 자신의 무신경함을 탓하며 시계를 확인했다. 4시라.. 학교는 이미 끝났을테니 교문앞에서 기다리기는 늦었고 일단 전화부터 해볼까. 토니는 흠흠, 하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피터군에게 연결 해드릴까요?]
"아아, 부탁해. 아니, 잠깐만. 잠깐 프라이데이.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
토니는 황급히 취소버튼을 연타했다. 왜 갑자기 긴장이 되는거지. 침을 꿀꺽 삼키고 살짝 심호흡을 해보았으나 여전히 전화를 걸 결심이 서지 않았다.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긴장이 되는거야..."
엄밀히 말하면 방치한거지만. 토니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하워드 역시 지금의 토니와 비교해 바빴으면 바빴지 덜 바쁘진 않았다. 두세달씩 훌쩍 외국에 나가 연락도 없다가 어느날 정신차려보면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해있는게 하워드 스타크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 어느정도의 방관은 토니에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상대가 피터가 아니라면 말이지. 하워드와 토니같이 부자관계는 아닌 두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피터는 토니에게 각별했다. 자신을 동경하는 어린아이, 그리고 그 어린아이를 전장으로 끌어들인 자신. 그에게는 피터에대한 책임이 있었다. 물론 책임감 뿐인 것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직 희망은 있다.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당분간은 바쁘니 해피랑 연락해라'라던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고 좋게 끝났으면 두달정도 방치했다해도 큰 문제는 없을테였다.
"프라이데이, 내가 꼬맹이랑 마지막으로 통화했던게 언제였지?"'
[두달 전, 나이트모드를 한시간만 연장해 달라고 캐런에게 요청이 들어와서 통화했던 기록이 있네요.]
"...아."
마지막 통화마저 최악이었다. 토니는 더욱 더 통화를 연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육아상담은 내 전공이 아닌데."
배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번에 심리상담 부탁했을 때도 전공이 아니라고 거절했던 것 같은데, 토니는 도무지 배너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지금 심각하게 손님용 소파에 앉아 깍지끼고 앉아있는 토니 스타크가 육아상담하러 왔다고하면 누가 믿을까. 일단 손님은 손님인지라 토니에게 커피를 대접했으나 그는 잔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육아상담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열 다섯 소년 상대로 고민이 있다면 마땅히 육아상담이지 않겠어?"
토니는 그 말에 안그래도 찌푸려진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틀린 이야기도 아닌데 뭐. 배너는 그렇게 말하며 반대편 소파에 편하게 몸을 묻었다. 배너는 피터를 만난 적이 없다. 신문기사와 TV, 그리고 보고서의 지면으로만 만난게 전부인 사이. 다만 평범(이라기에는 좀 똑똑했지만 어쨌든)한 미드타운 재학생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은 안다. 그리고 그걸 끌어들인게 토니라는 사실 역시 알았다. 그 두가지 이유만으로 지금 토니의 육아상담까지 받아줘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나보다 더 적합한 상담자가 있지 않아? 나타샤라던가, 페퍼라던가."
"냇은 지금 아프리카 오지에 있고 페퍼는 영국으로 가있어."
그 간결한 대답에 배너는 결국 상담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상담이라고 해봤자 토니가 하는 이야기를 좀 들어주면서 수긍해주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한게 아마 그 날 오후 배너의 최대 실수였을 것이다.
토니는 최대한 자신을 변호하며 그 간의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이야기를 다 들은 배너의 눈이 불신으로 가득찼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시던 커피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토니의 이야기(와 자기변호)는 끝나질 않았다.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기 직전, 배너가 그 이야기를 끊는 수밖에 없었다.
"토니, 자네가 그 아이를 걱정하는건 알겠지만 역시 좀 지나쳤다고 생각하진 않나?"
"내가? 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에 배너는 다시 한 번 자신을 꾸욱 눌러야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까.
"가령 자네가 아버지께 아이언맨 수트를 선물받았다고 치지."
"우리 아버진 나에게 그런 비슷한 선물 단 한번도… 아니, 미안해. 계속해."
"…보기만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최첨단 수트를 선물받았는데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압수당하면 어떨것 같나."
"똑같은걸 내가 만들겠지.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배너는 화를 잘 참는 사람이었다. 그가 잘 참지 않았다면, 그리고 항상 화가 나있지 않았다면 벌써 초록녀석이 튀어나와 아이언맨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배너는 그냥 토니의 이해를 얻는 과정을 포기하기로했다. 세상에는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지금 자네가 고민하는 이유가 뭔데?"
"아, 그래서 그 때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방치해버렸거든. 그 뒤로 화났는지 연락이 안와."
"자네 쪽에서 먼저 연락해보면?"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뭐 어쩌라는거지. 스타크씨가 부르니까 얼른 오라고 연락해줄까? 그렇게 물었으나 토니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배너는 더 이상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한 대치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럼 연습이라도 해보는건?"
"그거 괜찮네!"
지친 배너가 되는 대로 뱉어낸 해결책에 이 방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토니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배너 역시 덩달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지긋지긋한 육아상담을 얼른 끝내고 기지에서 탈출해버릴테다, 하고 만세라도 부르려던 그에게 다시 한 번 역경이 닥쳤다.
"피터 역할은 자네가 해줄거지?"
"... ...AI로는 안되겠나?"
토니는 다시 한 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흠흠, 어, 안녕 꼬맹이. 잘 지냈어?"
"... ... 아니요.(가성)"
"그간 내가 연락이 좀 뜸했지? 아무래도 나쯤되면…"
"토니, 아이가 잘지내지 않았다는데 자기얘기만 하는건 좀 아닌것 같은데."
그 지적에 토니의 얼굴이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벌써 몇 번째 컷당하고 있는건지. 토니는 노트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야기하기'항목에 가로줄을 주욱그었다. 그밖에도 '미안하다고 말하며 불쌍한 표정짓기', '수트 성능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회유하기', '자신의 열 다섯살 때 이야기하기'등의 항목 모두 배너에게 컷당했다. 배너는 현재의 자신도 불쌍했지만, 이런 토니에게 케어받고 있는, 얼굴도 모르는 열다섯 청소년 피터가 굉장히 가여워졌다.
"이래서야 연습이 아무 소용이 없겠어."
결국 배너 쪽에서 먼저 항복의사를 밝혔다.
"왜?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데."
"그 전에 초록녀석이 먼저 튀어나올 것 같아."
"… … 어쩔 수 없네."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항목이 열개쯤 더 있었으나 배너의 인내심이 바닥나고있다고 하니 이쯤에서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시간낭비만 한 셈이다. 아, 정말 되는 일이 없네. 그렇게 말하며 토니가 지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안쓰러운마음 반, 귀찮은 마음 반으로 바라보며 배너가 물었다.
"한창 예민할 때잖아. 그냥 내버려두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 비뚤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자네처럼만 안되면 되지."
"너무한데. 나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어른이지 않아?"
"… …"
"지금 눈 피한거야?"
"오해야."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투닥이던 둘 사이로, 프라이데이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보스, 말씀중에 죄송합니다. 보고사항이 있어서요.]
"뭔데?"
[피터가 다친것 같아요. 캐런을 통해 베이비모니터 쪽에서 알림이 왔네요. 수트에도 손상이…]
배너는 토니와 꽤 오랫동안 교류했고 그동안 여러 모습을 보았다 생각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것은 처음 보았다. 나중에 보자며 튕기듯 일어난 그를 배웅하며, 배너는 오후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커다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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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캐런과 프라이데이
*AI들에 대해 엄청난 날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가로등의 불빛을 보고있으려니 정말 뜬금없이 피터가 생각났다. 언제 마지막으로 봤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걸 보니 정말 오래된 모양이었다. 근래에 눈돌아가게 바빴던 일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그동안 사고를 치지 않고 얌전히 지낸게 기특한걸. 다음 주에 시간 내서 식사라도 한 번 하는게 좋겠다. 생각한 김에 바로 실행하지 않으면 집에가서 바로 잠이들것 같아 토니는 스케쥴을 확인하기로했다.
"프라이데이, 다음주 일정이 어떻게되지? 빈 시간 좀 있나 확인해줘."
[다음 주 내내 일정이 있으신데요.]
"아, 어떻게 좀 안되나…"
[목적을 말해주시면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해보겠습니다.]
우선순위라는 말에 토니의 눈썹이 살짝 꿈틀댔다. 프라이데이의 말에 작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한 우선 순위란 일의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겠다는 뜻이겠지. 거기다가 '피터와 식사를 하고싶다'라고 말하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던 것이다.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은 일을 우선할것인가, 사람들사이의 교류를 우선할 것인가. 개발자로서 흥미진진한 소재가 아닐 수 없었다. 토니는 일단 운을 띄워보았다.
"피터와 식사를 하고싶은데."
[보스,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왜?"
프라이데이는 일이 우선인 타입이었나. 딱히 그런걸 설정한 기억은 없는데... 토니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그가 짐작한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었다.
[피터는 다음 주 내내 시험기간이거든요. 다음주는 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거였나. …음?"
대답에 수긍하려던 토니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당연하게 대답이 돌아와서 그 이상함의 정체를 깨닫는데 시간이 두배로 걸리고 말았다. 프라이데이의 대답에는 명확하게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잠깐만 프라이데이, 네가 어떻게 꼬맹이의 일정을 알고있는거지?"
[… …]
"프라이데이?"
꼬마의 일정을 내 캘린더에 입력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는데. 토니가 재차 프라이데이에게 답을 요구했으나 그녀는 답지않게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무튼 다음주는 적절하지 못한 생각 같아요 보스.]
"살다보니 인공지능이 말돌리는걸 다보네…"
귀한 경험 한 셈 치고 이번은 그냥 넘어가줄까. 토니는 그렇게 말하며 다음주 일정을 불러와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피터, 지금 혹시 괜찮아?]
"네?"
한창 숙제를 하고 있던 피터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의 작은 방에는 자신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잠깐 헤메던 피터의 눈이 자신의 손목시계로 향했다. 아, 이걸로도 캐런과 연결되지. 자주 깜빡하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손목시계를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
"캐런, 무슨 일이에요?"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
"뭔데요?"
캐런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인지라, 피터는 하던 숙제를 뒤로하고 그녀에게 집중했다. 뭔가 급한 일인가? 당장이라도 수트를 꺼낼 수 있게 가방을 열던 그에게 캐런이 던진 질문은 정말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츄러스랑 샌드위치 중에 뭐가 좋아?]
"예?"
잘못들은 건가? 피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저기 캐런, 지금 혹시 츄러스랑 샌드위치 중에 뭐가 좋냐고 물은거 맞아요?"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말투에 피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보통 인공지능이 이런걸 물어보기도 하나? 아니면 스타크씨가 만든 특제 인공지능이라서 그런건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어느것하나 적절한 대답이 되지 않았다. 덕분에 대답이 늦어지는걸 기다리던 캐런이 또 다시 인공지능 같지 않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 그래도 3분 20초 안에는 대답을 해줬으면 하는데.]
"어렵진 않은데 당황스러워서요. 어, 굳이 따지면 지금은 둘 다 아닌데."
간식을 배불리 먹었거든요. 그렇게 덧붙이는 피터의 대답에 캐런은 정말 사람처럼 고민에 빠진 듯 잠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피터가 조심스레 물었다.
"캐런, 혹시 뭐때문에 그러는건지 물어봐도 되요?"
[대답은 나 대신 다른 사람이 해 줄 수 있을 것 같네.]
그녀가 사람이었다면 분명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였을 것이다. 피터의 귀에는 캐런이 기계음이 마치 웃음을 꾹 참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처음듣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처음은 아닌 기계음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녕 피터, 이렇게 보는건 처음이지?}
"…프라이데이?!!"
테이블 위에 두 개의 손목시계가 있었다. 하나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손목시계였고, 하나는 백화점 고급매장에서도 보기 힘든 값비싼 명품시계였다. 그리고 그 시계를 가운데 두고 주인들이 마주 앉아있었다.
"흥미로워, 아주 흥미로워."
토니가 수염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토니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퀸즈로 향한게 약 한시간 전. 그리고 빈손으로 가는게 겸연쩍다며 뭘 사가면 좋겠냐고 토니가 프라이데이에게 의견을 구한게 삼십분 전. 그 요청에 제일 적당한 답을 찾아보겠다며 프라이데이가 캐런의 AI시스템에 침입(프라이데이는 마실이라도 나온것처럼 방문이었다고 태평하게 말했지만 토니는 그것을 딱잘라 침입이라고 정의했다.)한게 십오분전. 그 사실을 알아차린 토니가 화들짝 놀라 피터에게 전화를 건게 십분 전. 이 모든 것이 약 한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원래 이런게 가능한게 아닌가요?"
"내가 알기론 … 아니, 선례가 없으니 알 수 없지."
자신이 개발한 AI였지만 피터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내어준 적은 없다. 비전은 너무나 예외의 경우이니 없던 것으로 친다해도 AI끼리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고, 들은 적도 없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AI끼리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테지만 이 경우는 마스터의 통제를 벗어나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교류를 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게다가 기록을 조회해보니 이미 세달 전부터 그러고 있더란다. 토니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버그로 분류해야 할 문제인가 …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쪽이 피해입은게 없었다. 약간 놀란정도?
"저… 스타크씨?"
"어? 아, 미안. 불러놓고 아무말도 안하고."
오랜만에 전공자 입장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튀어나온지라 그만 정신을 다른데 쏟고 말았다. 토니는 일단 캐런과 프라이데이 문제는 뒤로 미뤄두기로했다.
"오늘은 어쩐일이세요?"
쭈뼛거리며 물어오는 폼이 또 수트를 뺏으러 온건 아닌가 싶어 걱정하는 눈치다. 하긴, 이렇게 갑자기 불러내면 긴장할만도 하다.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야 보통은 통화로 해결하니까. 그래서 토니는 순간 고민했다. 솔직하게 오랜만에 보고싶어서 왔다, 라고 말하는건 너무 간지러운 이야기겠지. 그래서 한 번, 두 번 돌려 이야기를 꺼냈다.
"근처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배가고파서말야. 괜찮다면 같이 식사라도 할까해서."
피터는 왠지 그 뒤에 이어질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츄러스랑 샌드위치 중에 뭐가 더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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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Time to sleep, spidy. 2
처음 그 일을 결심한건 아침에 시리얼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을 때였다. 간밤에 편의점 강도가 나타나 칼로 위협하는 뉴스 영상을 보고 피터는 새삼 범죄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범죄라는 특성상 시간대가 밤에 집중된 것은 말하면 입 아픈 사실이었고. 자신이 평소 활동하는 시간은 거의 방과 후부터 저녁시간 전까지로 한정되어있었다. 저녁식사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메이 숙모가 걱정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 그 후에 일어난 범죄는? 스파이더맨은 퇴근했으니 그냥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 피터는 그 문제에 대해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수트를 들고 네드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둘은 상의 끝에 경찰 무전을 도청해 캐런에게 연결하는 엄청나게 쿨하고 멋진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제 퀸즈는 스파이더맨의 24시간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라는게 그 멋진 시스템의 요지였는데 엉뚱한 곳에서 방해를 받고 말았다.
물론 피터도 새벽 두시 오십분에 나갔던 일에 대해서는 반성했다. 토니에게 혼나며 아침을 시작하니 하루 종일 우울해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수업도 (조느라) 듣는 둥 마는 둥. 방과 후 미쉘은 하루 종일 졸고 있던 피터의 옆모습을 그려 그에게 보여주었다. 여튼 그렇게 우울하게 하루를 보낸 피터는 곧장 침대로 뛰어들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자신을 다독였다.
그래, 스타크씨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새벽 두시 오십분은 솔직히 너무했지. 오늘 수업도 하루 종일 졸았잖아. 네드에게 말해서 그 기능은 해제하는 게 좋겠다. 당장 눈에 보이는 사건 해결만으로도 눈 돌아가게 바빠서 숙제할 시간도 부족하니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청소년 노동법을 준수하는 게 좋겠어. 학교가 끝나면 활동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적당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말야.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바깥이 컴컴했다. 또 타는 냄새가 나는 것 보니 숙모가 오늘도 요리를 실패한 것 같다. 피터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처음 몇 주간은 결심을 잘 지켰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적당히 정리하고 집에 돌아가 숙모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숙제를 하던가 스파이더 슈트의 새로운 기능 구상이라던지 생각하면서 보냈다. 네드에게 부탁해서 달았던 기능도 해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제하려고 네드에게 가져갔더니 '이미 해제 되어있는데?'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었지만. 그렇게 낮에는 피터 파커로, 방과 후에는 스파이더맨으로 꽉꽉 채워진 일상을 보낸 피터가 뒤통수를 맞은 것은 한 달쯤 후였다.
"캐런, 새로운 기술을 생각해 봤는데요. 스타크씨처럼 손바닥에서 열을 뿜으면 거미줄 용액이 순간적으로 용해되면서 점성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 내 생각엔 그 용액은 녹여서 쓰는ㅡ것ㅡ보다는ㅡ]
"어어? 캐런? 왜그래요? 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캐런의 늘어지는 목소리에 피터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고장인가? 아니, 아까까지만 멀쩡했던 수트가 고장일리는 없다. 아까부터 피터는 얌전히 책상에 앉아 노트북과 필기만 보고 있었으니까.
[미안 피ㅡ터ㅡ나이트ㅡ모드ㅡ가동.]
"나이트모드?"
동시에 시스템이 다운됐고, 거실에 있는 티비에서 아홉시를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캐런이 남긴 나이트 모드라는 말.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스타크씨....."
뉴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원흉은 토니 스타크. 피터는 우스갯소리로 떠돌던 그 말의 의미를 그 날 처음으로 이해했다.
캐런은 새벽 여섯시가 되자 정상적으로 부팅됐다. 수트 복면을 뒤집어 쓴 채로 잠들었던 피터는 캐런이 건넨 굿모닝이라는 말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어제 그렇게 끊어져버려서 미안하다며 피터에게 사정설명을 했다.
[나이트 모드라는 건 쉽게 말해 기능 잠금이라고 보면 돼. 나는 저녁 아홉시 이후부터 새벽 여섯시까지는 널 도와줄 수 없어.]
"전 그런 기능 부탁한 적 없는데요. 해제해주세요."
[최고관리자로부터 입력된 기능이라 내 선에서는 해제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렇다면 역시 스타크씨가?"
[그래, 맞아. 그가 왜 이런 기능을 설정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지만말야.]
캐런의 말에 피터는 침묵했다. 그 날 통화 이후로 아무 말 없어서 그냥 혼나고 끝난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은 그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이트모드라니, 어린애 취급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피터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며 수트를 가방에 구겨 넣었다.
"나이트모드? 아하하, 스타크씨가 널 어지간히도 아끼나보다."
"아끼는 게 아니라 어린애 취급하는 거지."
피터가 툴툴거리며 내뱉자 네드는 다시 한 번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왠지 이 상황에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 테였다.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스파이더 수트와 거기에 연결하고 있는 네드의 노트북. 그리고 거기에 붙어 어떻게든 나이트모드를 해제해달라고 조르고 있는 피터.
"캐런은 자기 선에서 해제할 수 없대. 그러니까 부탁 좀 하자."
"음... 네가 날 믿고 부탁한건 고맙지만 나 역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정신없이 명령어를 입력하던 네드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화면을 빙글 돌려 피터에게 보여준다. 화면에는 근엄한 토니 스타크의 사진과 함께 '수트 함부로 건들지 마라, 애송이들.'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동시에 피터의 휴대폰으로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도착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엉뚱한데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건실한 일이나 하자고 친구."
네드는 그렇게 말하며 레고박스를 내밀었다.
건실한 생활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도 당분간은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이트모드는 정말 너무했다. 오후 9시라니, 숙제 끝나면 바로 씻고 잠드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경찰 내선을 도청해서 범죄현장으로 뛰어가는 것도 아니고, 밤늦게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 악당들을 만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바로 지금처럼!
피터는 심부름으로 들고 오던 봉지를 내동댕이치고 급하게 재킷 주머니에서 스파이더 복면을 꺼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8시 57분이었다. 3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캡틴이나 아이언 맨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무리겠지. 벽 모퉁이에 바짝 붙으며 피터는 급하게 캐런을 호출했다.
"캐런, 캐런!"
[안녕 피터. 유감이지만 나이트 모드 때문에 널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은 2분 30초 정도겠네.]
"알고 있어요. 그 전에 어떻게든 저 악당을 잡고 싶은데."
[그건 무린데. 너도 알고 있지 않아?]
"그럼 어쩌죠? 어떻게 방법 없어요?"
[하나 있어.]
"뭔데요? 스타크 씨한테 제발 수트 좀 쓰게 해달라고 비는 게 아니면 해볼게요."
[아... 유감이지만 비슷해. 스타크 씨의 허가 하에 9시 이후에 수트 기동이 가능하거든.]
"되는 일이 없네."
말이 씨가 된다더니. 피터는 혀를 차고 다시 한 번 슬쩍 강도 쪽을 바라보며 건물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이 차가 없는지 강도들은 느릿느릿 가로등 그림자 사이로 움직이고 있었다. 차는 없지만 그래도 총을 들고 있어서 수트 기능도 없이 그냥 접근하는 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을 때였다.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뭐냐 꼬맹이. 이 시간에 수트 쓸 일 있어?]
"스타크씨? 캐런, 전화 연결했어?"
[아무래도 곤란할 것 같아서 연결했어. 자, 어서 말해봐.]
"아, 저기 안녕하세요 스타크씨. 음, 믿으실 진 모르겠지만 제가 길거리에서 지금 강도를 만났거든요."
[널 덥치기라도 했어? 지갑을 뒤지고 막 두들겨 패기라도 하디?]
"그런 건 아니구요, 지금 돈을 훔쳐서 멀리 달아나고 있는데, 저기 나이트모드를 한 시간만 연장해주시면 제가 얼른..."
[경찰에 신고해.]
"예?"
[신고라하고. 못 들었어?]
피터는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토니는 재고할 여지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피터의 요청을 거절했다.
"아니 그치만 스타크씨, 지금 히어로가 있는데 굳이 경찰에 신고를 할 필요는..."
[히어로 영업종료 시간 45초 남았다 꼬맹이.]
"윽."
[경찰들도 나라에서 주는 세금만큼 일을 해야지. 자, 얼른 저 골목 모퉁이에 던져놓은 봉지 가지고 숙모에게 돌아가. 빨리 줍지 않으면 고양이가 물어갈 것 같은데. 그럼 끊는다.]
"스타ㅋ...!"
전화는 또 일방적으로 종료되었다. 결국 스파이더맨이 '굳이 경찰에게' 신고 전화를 하고서 강도들은 붙잡혔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평화롭게 일이 해결된 셈이었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는 피터의 기분마저 평화로운 것이 아닌게 문제였다.
잔뜩 화가 난 피터는 프라이데이에도 똑같이 나이트모드를 적용시켜버리겠다고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스파이더 수트 해킹도 혼자 못하는 실력으로 토니의 AI를 해킹할 수 있을리 만무했다. 스파이더맨은 그 후로도 방과 후부터 오후 아홉시까지 성실하게 이웃을 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이트모드를 적용한 토니에게 화가 풀린 건 아니라서, 나름 복수랍시고 해피에게도 토니에게도 일절 문자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 감시하고 있을 테니 무의미한 반항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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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이 글을 보고 스파이더맨 셧다운제 당한거냐고해서 제목을 셧다운제로 해야하나 고민하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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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SSS] 두집 살림
"그럼 이렇게하지. 집에 있는 연구실에서 설계도를 가져올 테니까 박사가 그걸 받아줘. 기초 제작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 어떻게든 진행을 시키면 … 뭐냐 꼬맹이. 할 말 있으면 해."
배너와 이야기를 나누던 토니가 화면 너머 소파에 앉아있던 피터를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까부터 피터가 이마가 뚫어지도록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토니의 지적에 깜짝 놀란 피터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배너는 자기 일이 아니니 말 없이 웃을뿐. 토니는 화면을 배너쪽으로 밀고 피터에게 말했다.
"신경쓰이니까 빨리 할 말하고 비전이랑 가서 놀던가 해."
"별건 아니구요, 스타크씨는 항상 두집살림하느라 힘드시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두집... 뭐?"
그 말에 토니의 눈이 도끼모양이 되었다. 그 모습에 배너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이도 당분간 초록 괴물이 될 염려는 없어보인다. 피터는 자기가 뭔가 잘못말했나 하고 갸웃하며 문제의 그 단어를 다시 입에 올렸다..
"두집 살림이요. 그러니까 스타크씨 원래 집이랑, 어벤져스 시설 관리하려면 여간 힘든…"
"너 그 말 어디서 배웠냐? 어디가서 내가 두집살림하고 다닌다고 말한거 아니지? …미안해 박사, 나 얘랑 얘기 좀 하고 올게."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배너를 뒤로하고 토니는 피터를 데리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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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Time to sleep, spidy. 1
빗소리에 아침을 시작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음, 글쎄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토니가 한 생각은 '참 별걸 다 좋아하는군.'이었지만. 뜬금없이 왜 흘러간 잡담을 곱씹고 있느냐하면, 토니 역시 빗소리에 눈이 떠졌기 때문일것이다. 흐릿한 시야에 얼굴을 찡그리자 어두운 실내가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시간이 가늠되질 않았다.
"프라이데이, 지금 몇 시지?"
[굿모닝 보스. 현재 시간은 AM 4:56입니다.]
기계를 조립하다 잠든게 2시 넘어서였으니 채 세시간도 제대로 못 잔셈이다. 부족한 수면을 호소하듯 머리가 아파왔다.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토니는 소음의 원인이었던 반쯤 열린 창문을 마저 닫았다. 동시에 창가를 두드리던 작은 소음도 멎었다. 좋기는 뭐가 좋다는거야, 겨우 잠들었는데 시끄럽게 깨우기나 하고.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묻으며 토니는 다시 잠을 청했다. 이 시간엔 아직 좀 더 자는게 맞았다.
그러나 한 번 달아난 잠은 아무리 피곤한 상태여도 쉽게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옆으로 누워보고, 바르게 누워보고. 아예 뒤집어 누워보기도하며 잠들기위해 노력했으나 그럴수록 정신은 더 말똥말똥 해질 뿐이었다.
"...망할."
결국 토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 발에 닿는 대리석의 서늘함에 소름이 돋았다. 이왕 잠깬거, 미뤄둔 일이나 해야겠다.
"메일 체크해줘. 급한거부터."
[yes,boss.]
짧은 대답과 함께 곧 몇 개의 화면이 떠올랐다. 다음주에 있을 국제기구 컨퍼런스, 뉴욕에서 진행중인 과학 세미나 참석 여부, 경쟁사 입찰과 관련한 보고서 몇 개 … 화면을 옆으로 슥슥 넘기며 몇 가지 사안을 정리한 토니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를 병채로 한번에 반 이상 비웠더니 그래도 아까보다는 좀 낫다. 급한 불은 껐으니 나머지는 나중에 해도 되겠지. 심심해 뉴스나 볼까 하고 티비를 틀었지만 이 시간에 하는 뉴스라곤 앵간히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어제 뉴스의 반복일 뿐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죽이느니 아까 조립하다 만 기계를 다시 손보는게 좋을 것 같아 늘어지게 하품을 한 토니가 티비를 끄려고 했을 때였다.
-우리의 스파이더맨이 또 활약을 했다죠? 이번엔 어떤 사건인가요?
아나운서의 말과 동시에 오른쪽 상단 화면이 익숙한 거리를 비추었다. ATM강도인듯한 작자들 두엇이 자루를 지고 달리고 있었다. 영상은 하이라이트만 편집한 듯 곧 뒤에서 쏘아진 거미줄에 몸이 묶여 범인들이 잡혔고, 경찰과 악수를 나누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이어졌다.
"그래그래, 잘 하고 있군."
다음에 또 칭찬이라도 해줘야겠어. 토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티비를 끄려고했다.
-새벽에도 쉼 없이 일하는 스파이더맨, 잠은 언제 자는 걸까요?
"새벽…?"
그 말에 잠시 가라앉는가 싶었던 두통이 다시 몰려왔다. 이대로 가다간 청소년 노동법 위반으로 언제 재판에 회부될지 모른다. 물론 스파이디가 아직 열 다섯이라는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그 극소수 중 누군가가 앙심을 품고 찌르기라도하면 귀찮아질건 안봐도 뻔했다. 이를테면 '아이언맨, 청소년 히어로에게 과도한 업무 종용. 이대로 괜찮은가.'같은 헤드라인이 걸릴지도 모르고.
"프라이데이, 저 사건 시간 언제야."
[베이비 모니터 검색.]
프라이데이가 검색하는 그 짧은 순간동안 토니는 피고석에 앉아 '저는 스파이더맨에게 새벽에 히어로 활동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낼 수 있었다. 아니, 이건 정말 아니지. 그렇잖아.
[새벽 두시 오십분이네요. 보스? 괜찮으신가요? 심박동이 20회정도 상승했는데요.]
"혹시 아직도 수트 입고 있어?"
[네. 연결해 드릴까요?]
"부탁해."
사건을 해결했으면 당장 집에 가서 수트 벗고 잠이나 잘것이지, 왜 이시간까지 입고 있는거야. 아니, 그보다 그 시간에 ATM강도가 있는건 어떻게 안거지. 혹시 그대로 쓰러져 자는걸 깨우고 있는건 아니겠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일단 전화를 받으면 지금 뭐하고 있냐고 부터 물어야 겠…
[스타크씨? 이 시간에 왠일이세요? 아, 좋은아침이에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 식사 물어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죠. 저는 숙모가 일어나면 어제 사온 샌드위치를...]
"워워워… 잠깐만 꼬맹이."
토니는 자기도 모르게 피터가 눈 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들어올렸다. 전화 반대편의 피터는 아침부터 기운이 넘쳤다. 영상 기록대로라면 그 역시 세시간도 못잤을 텐데, 맥없이 누워있다시피한 토니와는 정 반대로 당장이라도 통통 튀어오를 것 같은 상태였다.
"내가 피곤해서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네가 몇 시간 전에 강도를 잡은것 같은데."
[벌써 보셨어요? 이야, 이번에 새로 143번 거미줄을 써봣는데 그게 또…]
"잠시만, 말 좀 하자."
흥분한 피터를 진정시키느라 토니는 순간 자기가 왜 이시간에 전화를 걸었나 깜빡 할뻔했다. 그러나 곧 프라이데이가 띄워주었던 영상을 보고 할 말을 기억해냈다.
"자, 그럼 일단 사실 확인부터 하자. 강도를 검거한 건 잘한 일이야. 칭찬 받을 만한 일이지. 실제로 지금 칭찬하는거고. 그래 참 잘했어. 그런데 그 시간이 새벽 두시 오십분이라는것도 칭찬받을만한 일일까?"
토니의 말에 화면 너머 스파이더 수트의 눈 조리개가 빠르게 수축이완을 반복했다. 당황했네, 당황했어. 토니의 한숨이 깊어졌다.
[아, 그러니까 그건. 네, 새벽에 잠이 깨서 물마시러 나갔는데요. 비명소리가 들려서, 음.]
"사건 현장은 네 아파트에서 열 블록 넘게 떨어진 곳이던데."
[… … 죄송합니다.]
토니의 지적에 얼른 꼬리를 말고 추욱 늘어지는 것이 꼭 혼나는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
"어떻게 알고 나간거야?"
[네드에게 부탁해서 퀸즈 지역 경찰에 신고가 들어오면 수트에도 연결 되서 캐런이 알려주도록 설정을 해놨거든요.]
가지가지 한다. 토니는 버릇처럼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릴렉스, 화 내면 안돼. 상대는 열 다섯살 꼬맹이다. 여기서 화 내면 어른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 화나셨어요?]
"그래, 화났지. 아주 많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화를 꾹꾹 참으며 토니는 최대한 담백하게 대답했다.
"이런말 하는것도 우습지만 새벽 두시에 꼬맹이는 한참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란말야."
[하지만 제 친구들도 항상 밤 새는걸요. 네드나 미셸도...]
"네 친구들의 하루 일정같은건 관심 없어."
자기만 밤샘으로 혼나는게 억울한지, 피터는 핀트가 엇나간 변명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그걸 자르는 것 역시 토니의 일이다.
"잘 들어 꼬맹이.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굉장히 고지식하게 들릴거라는거 알아. 지금 말하는 나도 엄청 꼰대같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그치만 아무리 히어로일지라도 열 다섯살은 새벽에 침대에 누워서 얌전히 자는게 맞다고. 어둑한 거리에서 위험하게 쏘다니느니 차라리 야동을 봐."
[보스, 마지막 말은 안하는게 나았을 것 같은데요.]
팔자에도 없는 훈계를 하려니 아무말이나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토니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프라이데이가 그쯤에서 멈춰준게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요점만 말하자면 저녁 9시 이후는 히어로 활동 금지다 꼬맹이. 난 청소년 노동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고 싶지 않으니까."
[스타크씨! 그치만...]
"통화 종료."
더 이상 길게 통화를 했다간 정말 무슨 소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어 토니는 황급히 할 말을 끝내고 통화를 종료했다. 건너편의 피터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던 것 같지만 애써 무시하며 그가 한 일은 스파이더맨 수트의 AI를 재설정 하는 것이었다.
녀석이 생각보다 똑똑해서 흐뭇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똑똑함이 말도못하게 귀찮아 지는 일도 많았다. 일단 녀석이 똑똑하니 주변에도 똑똑한 놈들 뿐이었다. 특히 절친이라는 녀석은 해킹에 아주 도가 터서 피터가 원하는대로 수트에 원래 있던 기능을 해금시켜 주거나 이것저것 유용한 기능을 달아주는 모양이었다. 만약 어벤져스의 다른 히어로가 이렇게 주체적으로 나섰다면 토니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겠지만 이 경우는 좀 이야기가 달랐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틴에이지들은 토니에게 좀 버거웠던 것이다. 새로운 기능으로 무슨 사고를 칠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조금이라도 생각은 하는걸까. 아니, 당장 눈 앞에 펼쳐지는 0과 1의 향연에 그런건 안중에도 없을 터였다.
"프라이데이, 캐런 연결해서 수트 기능에 활동 정지시간 입력해."
[보스, 그렇게 말하니까 꼭 티비 못보게 하는 아빠 같은데요.]
"시끄러워."
[하지만 기능을 정지한다고해서 피터의 활동을 완전히 제한 할 수는 없어요.]
"그건 나도 알아.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놓자 이거지."
[혹시 오후 9시 이후에 수트 기능이 필요하게 될 때는요?]
"그 때는 내 허가 하에 움직이는 걸로. 아, 그렇지. 해킹 시도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
그렇게 이 일은 일단락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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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귀가 아파요
여느 때처럼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일이 정리된걸 확인한 토니는 곧 바로 기지로 복귀하려했으나 꾸물대는 피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뭐가 문제야 꼬맹이."
"별거 아니에요. 먼저 가세요."
"별거아니긴. 그럼 귀는 왜 붙잡고 있는데?"
성큼성큼 피터 쪽으로 다가가며 토니가 물었다. 아닌게 아니라, 아까부터 피터가 왼쪽 귀를 잡고 (수트 밖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울상을 짓고 있던 것이다.
"캐런, 이녀석 신체 스캔좀 해봐."
[yes,boss.]
피터의 AI기도 하지만 창조주인 토니의 명령에 캐런은 순순히 그 지시를 따랐다. 진짜 괜찮은데..하고 중얼거리는 피터에게 캐런이 선고를 내렸다.
[왼쪽 고막이 파열됐네요. 병원에 가야겠는데요.]
"파열이요?"
파열됐다는 사실 보다는 그 단어 자체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피터를 보며 토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그런거야. 아까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다친건가."
"어... 그러고보니 그 이후로 약간 좀 멍하다 싶긴 했는데."
"잠깐 수트좀 벗어봐."
말은 벗으라고 하면서 토니는 스스로 피터의 수트를 말아 올렸다. 다행이 외상은 없는것 같다. 하지만 고막이 파열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토니 앞으로 쏟아질 메이의 무시무시한 비난을 생각하니 약간 골이 아파왔다. 피터의 숙모는 얼굴 뿐만 아니라 말빨역시 죽여주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런 생각에 한참 잠겨있을무렵, 피터가 우물우물 말을 걸어왔다.
"저기, 스타크씨?"
"응?"
"…간지러운데요."
"아."
말랑하고 보송한 감촉에 자기도 모르게 계속 만지작거렸나보다. 토니는 헛기침을 하며 붉어진 피터의 귀에서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둘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역시 병원에 가보는게 좋겠죠?"
"그럴필요 없어. 기지에 상주하는 의사한테 보여주면 되니까. 캐런, 바로 수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닌거지?"
[네, 가볍게 찢어진 정도에요.]
"그래 그럼 바로 기지로 돌아가자."
"저 그럼 당분간은 왼쪽 귀가 안들리는거에요?"
걱정스럽게 다시 귀를 감싸며 피터가 물었다. 음, 하고 턱을 긁던 토니가 그럼 테스트해보자며 오른쪽 귀를 가리켰다.
"자, 그럼 오른쪽 귀를 막아봐."
"이렇게요?"
아까와는 반대편 귀를 감싸며 피터가 묻자, 토니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예고도없이 토니의 옆모습이 가까워졌다. 뒤이어 그가 쓰는 향수 냄새가 따라왔고, 빳빳하게 잘 다린 와이셔츠 내음도 약간 난것 같다. 너무 갑작스러운데다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가 자신의 왼쪽 귀에 귓속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데 약간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뒤늦게 얼굴에 피가 몰려 터질듯 붉어진 피터의 얼굴을 보며, 토니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오른손을 귀에서 떼어내며 물었다.
"뭐야, 안들리는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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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나루] 아주 오래된 추억
화장실에서 나오다 문득 바닥에 굴러다니는 칫솔이 있어 집어들었더니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심플한 검은색의 얇은 손잡이. 뒤돌아보자 나루호도의 것은 자신의 것과 함께 얌전히 양치컵에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이 칫솔의 주인은 단 한사람 밖에 없다. 치히로. 그녀의 것이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시선에조차 잡히는 그녀의 추억.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자취. 잊어가고 생각하고 있다가도 방심한 순간 튀어나오는 그녀와의 추억에 고도는 가슴이 쓰렸다. 어디에나 배어있는 그녀와의 기억 때문에 고도는 아직도 호시카케의 사무소로 돌아가지 못했다. 돌아가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그녀가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고 화를 내며 나타날 것 같아서.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정신을 차리니 자신을 물끄러미 보고있는 나루호도가 있다. 고도는 머쓱해져 칫솔을 뒤로 숨겼다.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그랬지만 왠지 이래야 할 것 같아서. 나루호도를 뒤로하고 고도는 방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서랍장의 맨 왼쪽 아래 서랍. 그 곳을 열자 그리운 내음이 풍겨왔다. 어쩌다 발견한 그녀의 물건을 모아놓는 서랍이다. 그녀가 놓고간 스카프, 팔찌, 기타 잡다한 물건들. 고도는 거기에 오늘 발견한 검은 칫솔을 넣어둔다. 그리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서랍을 천천히 닫는다.
나루호도는 그 날 천천히 자신에게 안겨왔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다가, 결심이라도 한 듯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입을 열었다.
"고도씨. 역시 저로는 치히로씨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걸까요?"
"그 전제부터 틀려먹은거다 마루호도."
"네?"
"사람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있을리가 없잖아."
"......."
"그건 떠나간 사람에게도, 남은 사람에게도 실례니까."
그 말에 나루호도는 얼마간 입을 열지 못했다. 차라리 나쁜 놈이라고 시원하게 욕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하지만 나루호도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고도의 바이저를 벗기고 그 눈 위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까슬한 입술이 느껴진다. 고도는 얼마간 그대로 있다가, 나루호도를 살짝 밀어내고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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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미츠] 오랜만의 조우
조용한 집무실에 노크 소리가 두어번 들려왔다. 빠르고 경쾌한 노크 소리. 미츠루기는 시계를 힐끔 쳐다본다. 이 시간에 오기로 약속된 사람은 없다. 따로 연락 온 것도 없고. 무섭고 냉철하기로 소문난 국장의 집무실 문을 이렇게 사정없이 노크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상상할 수 있는 선택지는 대폭 줄어든다.
"들어와요."
허가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활짝 열리는 문. 그리고 익숙한 푸른 양복과 변호사뱃지. 미츠루기의 예상은 크게 엇나가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나루호도. 그러나 지난번에 만났을 때와는 급격하게 변한 모습에 미츠루기는 잠시 크게 당황했다.
"… … 나루호도?"
"오랜만이야 미츠루기."
이렇게 상쾌하게 인사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분명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비니모자에 아무렇게나 난 수염이 참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도 있는건가. 예전과 같은 푸른 양복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새로 맞춘걸까. 미츠루기는 요근래 심해진 두통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나루호도 탓이 아니다. 아마도 요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무슨 용건이지?"
"친구사이에 용건은 무슨."
"난 지금 일하는 중이다만."
"알고있어. 잠깐 얼굴보러 온거야."
뭐가 저렇게 신난걸까. 하지만 옷깃에 자랑스럽게 달려있는 변호사 뱃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미츠루기는 안경을 벗어 조심스럽게 안경집에 넣고 나루호도를 소파로 안내했다. 용건은 없다지만 손님은 손님. 그리고 이렇게 급격한 변화에도 이유가 있을테지. 한 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차는?"
"네가 예전에 줬던거."
"그렇다면 그걸로 하지."
미츠루기가 포트에 물을 올리는 것을 보며 나루호도는 여전히 싱글싱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모른척 하려고했지만 저쪽에서 물어봐주길 기대하는 눈치니 한 번 운이나 띄워볼까.
"… …그런데 그 복장은?"
"새로 맞췄지. 이제 다시 변호사 일을 시작하려고."
"시험에 패스한 건 이토노코 형사에게 들었다만."
"어 그래? 직접 말해주고 싶었는데."
금새 풀죽은 강아지같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게 혼자서 보기가 아까울 정도다. 미츠루기는 포트 물이 다 끓은 것을 확인하고 티팟에 물을 부었다. 곧 향긋한 차 내음이 올라온다. 풀이 죽은것 같았던 나루호도는 어느새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자신의 앞에 차를 내어놓는 미츠루기를 향해 신나게 입을 열었다.
"그치만 이 이야기는 못들었을거야."
"?"
"다음주에 바로 법정에 설 예정이거든."
"뭣?!"
차를 내려놓은 다음이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쏟을뻔했다. 나루호도는 이렇게 참 엉뚱한 구석이 있다. 항상 시한폭탄을 가지고 다니다가 자신 앞에 내려놓고 터지는 걸 즐겁게 바라보는 악취미가 있는 것 같다. 미츠루기는 애써 놀란 표정을 지우며 태연하게 나루호도의 반대편에 앉았다.
"이렇게 갑자기?"
"응. 저번주에 있었던 폭파사건 알지? 그 일 때문에 오도로키군이 법정에 설 수 없게되서. 마침 뱃지도 받았고,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재데뷔를 하게 됐지."
"그건… …잘된건가."
"난 잘됐다고 생각해. 마침 계기도 필요했고."
저번 주에 있었던 법정 폭파사건. 그것 때문이었나. 그 일 때문에 삼일 밤낮 야근을 했던걸 생각하면 또 다시 피곤해지려고한다.
"오도로키 변호사의 상태는?"
"괜찮다…라고 본인은 말하는데 역시 법정에 서는건 무리지. 지금은 병원에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차를 숭늉마시듯 후루룩 마셔버린다. 예전과 변한게 하나도 없다. 차를 마실 때는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했건만 변하는게 없으니 원. 미츠루기는 다음주에 있을 재판 목록이 적힌 서류를 가져와 넘겨보았다. 그러다 눈길이 멈춘 한 사건. 수정 전의 자료인지 변호사 측엔 오도로키의 이름이 올라가있다. 이래서야 모를만 하지.
"그럼 이 사건을 네가?"
"응. 다음주에."
"그렇군."
미츠루기는 서류를 내려놓고 차를 한모금 마셨다. 베르가못 향이 진하다. 평소보다 조금 진하게 우려졌나. 차를 마시는 미츠루기를 보며 나루호도가 약간 주저하며 말했다.
"저기 말이지 미츠루기."
"뭔가."
"음……그러니까."
답지않게 말을 흐리는 나루호도를 보며 미츠루기는 또 무슨 말로 자신을 놀래킬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간 주저하던 나루호도는 결국 크게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제야 말할건가. 뿜을지도 모르니 차는 내려놓도록하자. 미츠루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한모금을 넘겼다.
"다음주의 재판. 보러 와줬으면해."
"…? 내가?"
"응. 네가 와서 봐줬으면해. 물론 바쁜건 알아. 국장이 그렇게 한가한건 아니니까. 하지만…"
"어째서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을 지목해서 미츠루기는 조금 놀랐다.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나.
"난 말이지, 예전에도 말했지만 네 덕분에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거니까. 그러니까 네가 와서 다시 변호사가 된 내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어. 보고, 가차없이 평가해줬으면 좋겠어."
"… …"
"역시 무리일까나."
그렇게 말하며 짓는 사람좋은 미소. 요 몇년간 보았던 쓸쓸하고 공허한 미소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다시 이런 모습을 보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미츠루기는 티포트를 가져와 비어버린 자신의 잔과 나루호도의 잔을 다시 채웠다. 나루호도는 선생님 앞의 학생처럼 안절부절하며 미츠루기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미츠루기는 차를 따르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를 따르고, 다시 음미하고. 나루호도 역시 조용히 차를 마셨다. 두 사람 사이엔 정적만이 흘렀다.
그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루호도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얼굴만 보고 간다더니 너무 방해했네. 그럼 이만 갈게."
문을 열고 나가는 뒷 모습이 조금 쳐진것 같이 느껴지는건 착각일까.
"나루호도."
"응?"
"재판은 몇 시지?"
그 말에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나루호도의 표정을 보면서 미츠루기는 살짝 미소지었다. 정말이지, 저 녀석은 나이만 먹었지 초등학교 때와 별로 다를게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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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오도] 외국 커피
쿄우야가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게 바로 그저께. 어제는 쉬고 오늘은 밀린 일을 하느라 조금 분주한 상태였다. 아카네에게 부탁하고 가긴 했지만 그녀가 제대로 일 해줄 리가 만무하지. 쿄우야는 자기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세 시간쯤 그러고 있었을까. 좀 쉴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가 났다.
"잠시 실례해도 되나요?"
"아, 마침 쉬려던 참이었어."
오랜만에 보는 오도로키의 모습이었다. 그 쪽에서 먼저 이곳을 찾아주다니. 또 무슨 꿍꿍이일까. 쿄우야는 출장지에서 가져온 커피를 내리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부탁할 때의 오데코군은 정말 재밌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소파에 앉은 오도로키는 쿄우야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말 할 타이밍을 재고 있는 거겠지. 쿄우야는 그런 모습에 그만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다.
"출장지에서 가져온 커피야."
"어, 저기."
"특별히 오늘만 주는 거니까 감사하게 받으라고."
예전에 같이 사건을 수사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오도로키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먹을 수는 있지만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그런 정도의. 쿄우야는 그걸 알고서 오도로키에게 일부러 커피를 대접했다. 이 사실을 아는 누군가 이 장면을 본다면 쿄우야를 꽤나 악취미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쿄우야는 실실 웃으며 오도로키의 반대편에 앉았다. 오도로키는 꽤나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거절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어지간히도 귀찮은 부탁인가보다. 항상 투덜대던 오도로키를 저렇게까지 얌전하게 만들다니. 쿄우야는 새삼 권력의 힘을 다시 느끼게된다.
오도로키는 일단 커피의 향기를 맡았다. 그런대로 합격인지 표정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입에 한 번 대더니 금새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려고 한다. 쿄우야는 급히 그 동작을 저지했다.
"오데코군. 이 커피 어디서 가져온건지 알아?"
"출장지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니까.......예맨? 이랬던가.."
"맞아. 그런데말야. 예맨에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거든."
"뭔가요?"
오도로키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쿄우야가 자기가 커피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잊은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쿄우야가 짓고 있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니 왠지 벌써부터 한 방 먹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머리 좋은 저 검사가 잊고 있을 리가 없지. 그러건 말건 쿄우야는 오도로키가 들고 있던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맨에서 커피를 대접 받은 사람은 한 번에 커피를 다 마셔야해."
"마시지 않으면요?"
"대접해준 사람과 결혼."
"네??"
"결혼하기 싫다면 그 컵을 가득 채울 만큼의 금을 대접해준 사람에게 지불할 것."
"그게 무슨?! 검사, 여기는 일본이고, 그건...."
"하지만 마시고 있는건 예맨의 커피잖아? 자, 어쩔래?"
악마다. 저 사람은 악마야. 오도로키는 얼굴의 핏기가 싹 가시는걸 느꼈다. 장난이라고 넘어가고 싶은데 반대편에 앉아있는 사람은 싱글싱글 웃고만 있다. 당장이라도 잔을 던지고 웃기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쿄우야에게 내일 법정과 관련해서 꼭 해야만 하는 부탁이 있다. 하지만 커피는 싫다. 냄새는 괜찮지만 입에 한 모금 닿는 것만으로도 그 쓴맛이 온 몸에 퍼져서 정말 싫은데. 오도로키는 온갖 생각이 뒤섞여 표정마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손에 쥔 찻잔을 노려보았다. 아직 반 넘게 남아있다. 아, 정말 싫어. 하지만 어른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 결혼이네 금이네 놀림 받는 것보다는 그냥 눈 감고 마시는 게 좋을 듯싶다. 결국 오도로키는 노려보던 잔을 입에 가져가 커피 잔을 단숨에 비웠다.
"........윽. 써."
"하하하, 그릇을 채울 금은 없는 모양이네. 역시 신참 변호사에게 그건 무리려나."
"검사 진짜.... 나중에 갚아줄거에요."
"기쁘게 기다리도록하지. 자, 그래서 오늘 날 찾아온 용무는?"
오도로키는 비어있는 커피 잔을 노려보며 주머니에서 요청할 서류의 목록을 꺼내어 쿄우야에게 넘겼다. 아, 입가가 정말 쓰다. 이래서 커피는 싫다니까. 오도로키는 미누키에게 준 사탕이 몹시도 아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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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오도] 잊어버리다. 7
오늘도 법전을 읽었다. 하는 일이 없을 땐 법전을 읽는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되고, 시간도 잘 지나가고. 하지만 읽고 또 읽어서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법전에 질려서 오후부터는 사건 기록을 읽기 시작했다. 이것도 꽤나 재미있어서 읽는데 속도가 붙어 금새 두 권을 읽고 말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다섯 권정도 남았으니 괜찮다. 책장에 두번째 파일을 집어넣고 세번째 파일을 꺼내려고 하는데, 2와 4 사이가 비어있어 손이 그만 멈추고 말았다. "미누키." "네?" "사건 기록 세번째 파일이 없는데, 어디있는지 알아?" 내 말에 소파에 길게 누워 잡지를 보고 있던 미누키가 다리를 팔랑거리며 말했다. "아 그거라면 전에 가류 검사님께 빌려드렸는데요." "가류검사한테?" "파파의 사건기록 파일이 있으면 좀 보고싶다길래요. 혹시 필요해요? 받아다 줄까요?" "아니, 괜찮아." 갑자기 튀어나온 가류 검사의 이름에 나는 멍해지고 말았다. 이젠 괜찮아 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저녁식사 이후로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제 슬슬 그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불시에 그의 이름이 나왔을 때 멍해지는걸 보면 아직도 멀었나보다. 미누키는 괜찮다는 내 말에 시무룩해져서 다시 읽고있던 잡지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그대로 책장 앞에 서서 비어있는 2권과 4권 사이를 망연히 쳐다보다가 4권을 꺼냈다. 안봐도 괜찮겠지. 개별적인 사건 파일이니까 괜찮을거야. 그렇게 생각했건만 비어있는 3권의 자리가 오후 내내 신경쓰였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다. 오후 스테이지를 위해 미누키가 자리를 뜨자, 사무소에는 또 다시 나 혼자밖에 남지 않았다. 나루호도씨는 요새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사무소에는 전혀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보통 이렇게 혼자가 되면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퇴근을 하는데, 오늘은 다른 일로 마음이 심란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세시간이 넘게 고민하고 있으려니 지친다. 결국 나는 몇 번이나 들었다놨다 했던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이번에야말로 번호를 힘줘서 꾹꾹눌렀다. 신호가 가고,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소리는 더 커져가고. 받지 않으면 어떡하지. 혹시 일하던 중에 방해하는건 아닐까.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조바심이 극에 달해 통화를 끊으려던 찰나,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저기. 저, 접니다. 오도로키 호우스케." 너무 떨려서 그만 말을 더듬고 말았다. 바보같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오도로키군? 왠일이야?] 예전엔 내가 먼저 전화를 걸 때마다 좋아해줬는데. 그러니 이런 반응은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차근차근 통화 목적을 설명했고, 쿄우야씨는 그런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아보겠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받아내자 나는 왠지 밀린 숙제를 끝낸 어린 아이의 기분이 되어 가슴을 쓸어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그의 말에 나는 다시 바짝 긴장해야했다. [저기, 근데 내가 아직 뭐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서 찾는데 오래 걸릴지도 몰라. 급한거라면 네가 와서 찾아보지 않을래?] "어… 그래도 되나요?" [응. 그게 더 빠를 것 같고.] 사실은 전혀 급하지 않은 일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바보같이 아직도 그에게 미련이 많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럼 실례할게요." "아냐. 내가 빌렸다고 했는데 일부러 찾아오게 만들어서 미안해." "어쩔 수 없는 일인걸요. …아, 아직 일하는 중인가요?" "거의 끝났어. 난 신경쓰지 말고 찾아줘." 오랜만에 만난 그는 조금 수척해져 있었다. 일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걸까. 유리 쇼케이스를 뒤로하고 책장으로 돌아서며 흘리듯 물었다. "기억은 … 많이 찾았어요?" "이것저것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어." 결과는 별로지만. 그렇게 덧붙이며 그가 쓰게 웃었다. 일에 다시 적응하고 처음부터 배우려면 힘들겠다고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일 때문에 힘들지는 않아. 다만…" 쿄우야씨는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서류로 눈을 떨궜다. 무얼 말하려고 했던걸까. 하지만 그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일에 집중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방해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다시 책장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법전과 사건 스크랩파일들. 천천히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찾아보았지만 파일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낑낑대며 내 키보다 높은 책장 위를 올려다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와 나는 어떤 사이였어?" "검사가 생각하기엔 어땠을 것 같아요?"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자 쿄우야씨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니 짜증이 난 모양이다. 하지만 순순히 대답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고 말이지. 그는 깍지 낀 손을 풀지 않고 거기에 턱을 괸 채로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주 친했거나, 반대로 아주 나쁜 사이였을 것 같아." "너무 범위가 넓지 않아요? 게다가 극과 극인데." "아니, 오히려 미적지근한 관계는 아니었을 것 같아. 차라리 극과 극이 맞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는 책 찾기를 그만 두고 그에게로 돌아섰다. 쿄우야씨는 여전히 깍지를 낀 채다. 그리고 조용히 나를 응시한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 관계에 대해 일부러라도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먼저 나서서 그를 보러 오는 일도 없었고, 부탁하지 않으면 쿄우야씨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일도 드물었다. 하지만 본인이 먼저 이렇게 물어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니까. "너는 나를 대하는게 익숙해. 하지만 묘하게 불편해보여." "그런가요?" "그래." 익숙한건 함께 지낸 시간이 기니까 당연한 이야기 일테고. 묘하게 불편해 보인다는건 내가 계속해서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그런걸까. 쿄우야씨는 담담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실은 자주 만나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불편해 할까봐 그러지 못했고." "… …" "너를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 그래서 더 만나고 싶었는데. 근데 넌 아닌것 같아. 그래서 자꾸 혼란스러워. 어느쪽이 맞는걸까." "음…" "그리고 넌 왜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걸까." 그 마지막 말이 가슴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나는 그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에게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용기가 없었다.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것 역시, 그가 손을 내밀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겁쟁이고 먼저 다가갈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우리 사이는 그 사실을 전제로 깔고있었다. "미안. 이야기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사실은 우리 사이가 정말 나빴는데 지금 상황이 너무 불쌍해서 억지로 나랑 만나주는 건지도 모르는데말야." "… …아, 저기. 저 파일이에요." 나는 끝까지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때마침 눈에 들어온 파일을 가리켰다. 쿄우야씨 뒤에 있던 책장에 꽂혀있던 파일. 그는 그걸 빼서 나에게 건넸다. "찾아서 다행이네. 이제 가려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가야죠." "그래. 그럼 잘가. 배웅은 하지 않을게." 그런거 이젠 바라지도 않는데.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 때, "오데코." "?!??"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놀라 화들짝 뒤돌아보았다. 오데코. 나를 좋아해줬던 그가 불렀던 나의 애칭. 하지만 돌아선 등 뒤에는 책상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쿄우야씨가 있을 뿐이었다. "왜 그래?" "아, 아뇨. 뭔가 잘못 들었나봐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젠 그가 보고싶어서 환청이라도 들리나보다. 어질해지려는 머리를 붙잡고 검사실을 나왔다. 또 다시 울음이 나오려고했다. 하지만 오늘도 참았다. 그리고 그가 찾아준 파일을 손이 새하얘질 정도로 꽉 쥐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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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신전생4/요나이자] 만화책
K의 술집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지만, 유독 그 날만은 사람이 몇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마스터인 K는 말없이 유리잔을 닦고 있었고, 손님들은 대개 조용한 사무라이들이었다. 도란도란 낮게 오가는 말들과 유리잔이 자잘하게 부딫치는 소리, 그리고 내 앞에서 만화라는 것에 푹 빠져있는 너. 감정소가 문을 닫아 헛걸음질 치고 기숙사로 가려던걸 붙잡아 뭐라도 마시고 헤어지자고 데려왔더니 아까부터 이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재촉하지않는다. 내세우려는건 아니지만 나는 럭셔리즈의 신사, 이 정도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 만화란 것이 끝나면 그 때는 네가 나를 봐주지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를 품으며 나는 작고 동그란 세공품을 같은 것끼리 분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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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13일의 금요일
하나는 팝콘을 입 안 가득 우겨넣었다. 평소라면 두리가 했을 법한 행동이었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하나는 비어있는 반대편 자리를 향해 잔뜩 눈을 흘기며 다시 한 번 무릎 위의 봉지를 향해 손을 뻗어 팝콘을 우악스럽게 집어들었다. 영화 상영 시간까지는 삼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기계음에 화가나서 끝까지 듣지도 않고 꺼버리길 수십 번. 상대방의 휴대폰은 물론, 집에도 몇 번이고 전화해봤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는지-그러고보니 리모 아저씨가 학회를 간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하나의 간절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는 한숨을 쉬면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래, 이렇게 나온다는거지 권세모. 하나는 뿌득뿌득 이를 갈며 벌써 반 이상 비어버린 팝콘통을 신경질적으로 흔들었다.
처음에 이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한 건 세모였다. 간만에 기대되는 액션영화라며, 음악감독이 상을 몇 개를 탔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한 것도 세모였다. 하나는 그 당시 논문 마감에 쫓겼던 상태라 이야기를 반쯤 흘려 들었었다. 그래, 그래.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하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세모가 열성적으로 이야기했던걸 생각하면 정말 기대했던 영화인 모양이었다.
"다음 주에 시간 돼?"
"글쎄...? 마감 맞추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게 말을 흘렸지만 하나는 세모가 말한 그 날을 맞추기 위해 일주일 내내 논문에 매달렸다. 세모가 이렇게 강력하게 뭔가 하자고 한 건 오랜만이었기에 맞춰 주고 싶었다.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로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한 미안함에 대한 보상을 하고 싶었을지도. 어쨌든 마감도 제 날짜에 맞춰서 제출했고, 다음 주까진 쉬어도 된다는 교수님의 허락도 받았다. 영화표 예매는 이미 이틀 전에 완료. 가장 잘 보이는 정 가운데 좌석을 예메하느라 손목이 나가도록 마우스 연타를 했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노력했는데.
정작 당사자가 오지 않는다. 말이 안되잖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다났다. 핸드폰은 꺼져있고, 집 전화는 받지 않는다. 세모도 분명 오늘이 약속인걸 알고 있을텐데 어째서? 하도 연락이 안되니 이젠 슬슬 걱정이 되려고까지 한다. 세모는 이렇게 말없이 늦을 사람이 아니다. 그건 십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하나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무뚝뚝하긴 했지만 책임감없는건 아닌 녀석. 무슨 사고가 생긴건 아닐까? 연락을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 생긴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하나는 스마트 폰을 통해 엑스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하나.]
"엑스, 또봇들 끼리는 통신 가능하지? 혹시 제트랑 지금 연결 돼?"
[연결해 보겠음...... 제트?]
[엑스? 무슨 일이냐 그러더라고?]
평온한 제트의 목소리에 하나는 긴장이 쫙 풀린 듯한 기분이었다. 세모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제트가 저럴리가 없지. 한숨 돌린 하나는 제트에게 세모의 소식을 물었다.
"제트, 혹시 세모 어딧는지 알아?"
[세모라면 지금 학교에 갔다 그러더라고.]
"응?"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하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늘은 세모가 수업 있는 날이라 그러더라고. 경영학 뭐라고 했는데... 세모에게 볼 일이 있냐 그러더라고?]
"어... 음, 아냐. 고마워 제트."
대답도 듣지않고 서둘러 연결을 끊은 하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영화표까지 끊어놓고, 거기에 오지 않아 걱정까지 해줬더니 뭐? 수업? 하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덕분에 팝콘 통이 무릎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알바생이 달려왔고, 사과를 하며 같이 치우는 내내 하나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팝콘을 다 치운 하나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다시 매점에 가서 줄을 섰다. 뭐라도 씹어 넘기면 분이 풀리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를 곁들여서.
"콤보세트 하나요."
"아, 네. 혹시 대도무비 회원증 가지고 계신가요? 금요일은 특별 엑스트라 서비스 해드립니다."
"네? 저기 지금 뭐라고?"
"대도무비 회원증을..."
"아, 아뇨. 금요일이요?"
"네. 오늘은 13일, 금요일입니다."
하나는 순간 눈 앞이 새하얘졌다. 팝콘이고 나발이고 자리로 돌아와 허둥지둥 스마트폰을 켜 대도무비 앱을 눌렀다. 온라인 예매를 해서 날짜가 남아있을터.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 나타난 예매 내역에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터트렸다. 예약 날짜는 14일, 토요일이었다. 그걸 보는 하나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와, 차하나 심했다. 아무리 밤낮없이 일했다지만 어떻게 날짜랑 요일을 다 헷갈리냐.
세모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수십통 남아있을 부재전화를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제트가 세모가 돌아오자마자 물어볼텐데. 사실대로 날짜를 착각해서 너 안온다고 화내면서 전화 걸었다고 말해야하나?...
머릿 속을 가득채우는 오만가지 생각에, 하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애먼 천장만 바라보며 시간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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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신전생4/요나이자] CD플레이어
동쪽 미카도국에서의 우리의 위치는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이 도쿄로 내려가면서 동료가 되었고, 갖은 경험을 하는동안 동료에서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가끔 네가 날 보는 시선이 좋았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그 올곧은 시선이, 건틀렛의식을 위한 광장에서부터 신경쓰였다고하면 너는 뭐라고 말할까.
"그게 뭐야?"
마법의 유물에 관심이 많은 너는, 내가 아까 폐허에서 주워온 것이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후린과 월터는 무기상점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웠다. 자연스럽게 둘만 남은 황량한 공터에서, 너는 경계도않고 성큼 나의 울타리에 들어왔다.
"글쎄, 뭘까. 원반같이 생기긴했는데 여기 튀어나온 촉수가 신경쓰인단말이지...."
"흐음. 바로우즈쨩, 혹시 뭔지 알겠어?"
만화의 다음 편이 아니라는걸 알아채자 급격히 열기가 식은 표정을 지으며 네가 손목의 건틀렛에 대고 물었다.
<서치모드 실행....... 아, 이건 도쿄의 더럽혀진 자들이 음악을 들을 때 쓰는 도구야. 상태가 괜찮은걸보니 아직 쓸만한것 같은걸?>
바로우즈의 대답에 나는 멍해졌다. 도대체 이 원반같은 것의 어디가 악기라는 것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건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 모르겠어... 어떻게 연주하는거지?"
<연주하는 도구가 아니야. 거기 촉수같이 생긴것 있지? 그걸 귀에 넣어봐.>
너는 그 말에 서슴없이 둘로 갈라진 촉수의 한 쪽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얼른 나에게 귀에 넣어보라며 재촉했다. 모든 일에는 레이디 퍼스트지만 이번엔 어쩔수 없나.
"아무것도 안들리는데?"
<그럼 이제 원반에 있는 세모버튼을 눌러봐.>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버튼에 손을 얹었다. 힐끗 곁눈질하니 비장한 표정을 짓고있는 네 옆모습이 보인다.
딸깍.
버튼을 누르고 얼마간 무음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고장난거 아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귓가가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곧 거짓말처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짓말......"
"어떻게 이 작은 물건안에 악단이 들어있는거지? 악마의 소행인가?"
<자세한 구동원리는 나도 잘 몰라.>
우리는 후린과 월터가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들었다. 사무라이가 되기 전에는 가끔 성에서 이런 연주를 듣기도 했는데. 그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옷, 무대, 음악. 하지만 너와 단 둘이서만 이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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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스포츠 고글
"이게 그 비싼 스포츠 고글이에요?"
"어이어이, 비싼 거니까 좋은말로 할 때 내려놓지 그래?"
"비싸봤자 안경이 안경이지 뭐."
사와무라는 그렇게 말하며 미유키의 스포츠 고글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스코어 북을 보던 미유키는 한숨을 쉬며 다음 장을 넘겼다. 저거 진짜 비싼건데.
"선배! 이렇게 쓰면 저도 좀 포수 같...?"
결국 미유키가 손을 뻗어 에이준의 얼굴에서 스포츠 고글을 벗겨냈다. 급격하게 바뀐 시야에 에이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몇 번이고 눈을 깜빡거렸다.
"어린애도 아니고."
뒤로 무너지려는 사와무라를 미유키는 솜씨좋게도 왼쪽 어깨로 받아냈다.
"이러면 좀 보이려나?"
그렇게 말하며 미유키가 돌연 스코어북에 고정했던 얼굴을 돌렸다. 동시에 딱 마주친 시선에 사와무라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역시 재미있어.
"아, 그, 저, 그러니까."
"잘 안보이나? 더 가까이 가볼까?"
"아, 아니요. 괜찮아욧....!"
장난에 저렇게 일일히 반응하는게 참 재밋단말이지. 미유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사와무라의 어깨를 붙잡아 누르니 잔뜩 경직된 몸이 느껴졌다. 이대로 넘어뜨릴까, 아니면 좀 더 놀려줄까. 이러니 성격 나쁘단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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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입스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충분히 잘해줬고, 모두가 그걸 알고있어 사와무라.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줘. 나를 향해 초점없는 시선을 보내지 말아줘. 그건 내가 아는 네가 아니니까.
"저는 괜찮아요."
아니,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잖아.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안그래도 맡은 일이 많아서 어깨가 무거울텐데."
"사와무라 너.."
"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럼 러닝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럼 그 엉망인 얼굴은 뭔데. 나는 끝끝내 돌아서는 사와무라를 잡지 못했다. 순간 나로는 안된다는 박탈감이 온 몸을 지배했다. 그것은 꽤나 불쾌하고,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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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
"심호흡해. 고양이눈 됐다 임마."
"후우ㅡ후우우ㅡ"
"그게 아니지. 따라해봐. 후후하ㅡ후후하ㅡ"
"후후하ㅡ후후하ㅡ"
"오, 잘하는데."
"아니 주장 그거 분만할 때 하는 라마즈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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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샘과 헨리
접선을 하기로 했던 동료는 도망을 가고, 남아있는 탄환은 얼마 없었으며, 의지할 곳이라고는 동생 뿐인 불친절로 가득한 세계였지만, 헨리는 그래도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상황은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에게도 아이가 있다. 헨리는 샘을 짐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 아니, 사실은 굉장히 많았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으면 도대체 이 짐짝에게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몇 번이고 생각했었으니까. 어쨌든 그 사람에게도 헨리에게 짐짝같은 '아이'가 함께 있었다. 감염체로 가득하고 군대에게 일반인이 통솔당하는 세계에서, 아이를 데리고 시가지를 횡단하는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자기 말고 또 있었을 줄이야. 조엘과 엘리는 부녀도 아니면서 행동을 함께하는 이상한 조합의 이 인조였지만 헨리는 아무래도 좋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아이를 인질로 잡고 언제든지 조엘을 배신할 마음도 가지고 있었으며, 실제로 인질극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둘을 배신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닥친 상황은 그 배신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자신들을 믿어준 사람들을 배신한 것에 대한 대가.
"샘......! 너 도대체 언제..!"
하룻밤 사이에 감염체가 되버린 동생. 헨리의 눈 앞이 새하얗게 불타올랐다. 어제 시가지에서 감염체들과 싸울 때 어딘가 물렸던걸까. 왜 발견하지 못했던걸까. 그 짧은 사이에 온갖 생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동생을 향해 총을 쏘려는 조엘에게 샘은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총탄 소리가 귀를 울렸고, 조엘이 악을 썼지만 샘에겐 오직 감염체가 되버린 동생만이 보였다.
죽여야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그 사실이, 지금 오른 손에 들고있는 리볼버로 동생의 머리통을 갈겨야 한다는 그 사실이, 너무도 아프게 헨리의 가슴을 후벼팠다.
탕탕, 메마른 파열음이 두번 울리고 동생이었던 감염체는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스미는 피의 웅덩이. 그걸 보고서야 샘은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 동생을 쐈다. 빌어먹을 총으로. 짐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죽었으니 이제 자유인데. 그런데 해방감이라곤 단 한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샘은 깨달았다. 샘은 짐이 아니었다. 샘은 헨리가 이 불친절한 세계에서 지키고 싶었던 단 하나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이제 세상에 없다. 헨리는 빠르게 총구를 관자놀이에 댔다. 이런 결말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런 결말에 도달하고 말았다.
헨리는 마지막 순간, 바닥에 떨어진 로봇을 보았다. 어제 잡화점에서 샘에게 안된다고 내려놓으라고 했던 장난감이다. 딴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며 설득했지만, 지금은 그 선택에 후회밖에 남지 않았다. 손바닥 두 개만한 저걸 허락하는 대신, 차라리 밥 한끼 굶으라고 할 걸 그랬다. 그렇게나 가지고 싶어했는데.
다음에 만나게되면, 저거랑 똑같은걸 선물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감염체고, 러너고, 사냥꾼이고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매일매일 살아남을 각오 대신, 여자친구나 축구 경기 결과 같은 시시한 것들에 목숨거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다시 형제로 만난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샘, 내 동생. 만약 그런 세상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 형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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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10] 초코보 위에서
초코보 위에서 보는 광경은 지금까지 본 것과 차원이 달랐다. 겨우 1.3m 높아졌을 뿐인데, 높이는 물론이거니와 바람, 내려쬐는 햇살. 그 모든것이 달랐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달랐던것은 항상 나와 비슷했던 너의 눈높이. 유우나는 초코보 위에 올라탄 나를 재밋단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오, 아래에서 올려보는 얼굴도 나쁘지않은걸. 철없던 그당시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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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10] 에본의 은혜
이 세계의 모두는 소환사에게 친절하다. 그야말로 소환사에게 친절한 세계인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멈춰 서 인사를 건네고, 천금같은 아이템을 주머니에서 서슴없이 꺼내 건넨다. 그 일에 대해 유우나에게 물었더니, 그녀는 난처한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에본의 은혜야. 나는 그 말에 점점 더 의미를 알 수 없게되었다. 그 에본의 은혜라는거, 나도 조금 받을 수 있을까? 대답 대신 와카가 뒤에서 던진 블릿츠 볼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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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한계야
"틀렸어, 난 이제 한계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기대했다. 만화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하면 동료들이 달려와 부축해주며 감동적인 대사를 하던데. 자, 어서 나에게 오라구. 빨리 와서 날 들쳐메란말야. 그런 기대와 달리 동료들은 나가 떨어진 나를 힐끗 돌아보곤 그 어떤 리액션도 없이 그저 갈길을 재촉했다.
아아, 난 주인공이 아니구나. 게다가 이건 만화도 영화도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떨군 가방을 천천히 주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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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10] 작은 소망
모든것의 끝에 네가 죽는다고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끝까지 함께 가자고했다. 너는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바보같은 녀석. 차라리 화를 내달란말야.
그리고 입장이 역전되버린 지금, 네가 이 사실을 알게되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내가 꿈의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게된다면, 너는 나에게 화를 내줄까. 하지만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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