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던지는 쪽이지

글/다이에이 2016. 3. 25. 22:59



"토죠? 토죠 히데아키?"


 그 목소리에 토죠의 발걸음이 멈췄다. 최근에는 들은적 없지만 꽤 익숙한 목소리다. 고개를 돌리자 과연 거기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있었다. 시니어 시절의 팀메이트였던 녀석이었다. 세이도로 진학한 이후엔 한번도 만난적 없었는데. 토죠는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았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야 뭐, 그럭저럭."

"오늘 경기 봤어. 혹시나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다리길 잘했네."

"기다렸어? 나를?"


그 말에 녀석이 배시시 웃었다. 그가 입고 있는 교복은 토죠의 기억에 없었다. 어디로 진학했다고 했더라...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졸업식 때 야구는 계속 할거라고 했었는데 기억에 없는걸 보면 강호 교는 아닌가보다. 정찰 목적으로 나온것 같지도 않고. 토죠는 기다렸다는 말을 곱씹었다. 할 말이 있는걸까. 다음 말을 기다리는 토죠에게, 녀석은 질문을 던졌다.


"이제 공은 던지지 않는 거야?"


 음. 그 질문에 토죠는 난처한 웃음을 띄웠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 질문을 가을 리그가 시작한 이후로 벌써 다섯번째 받았다. 시니어에서 촉망받던 투수였던 토죠가 세이도의 가을리그에서 등장한 곳은 마운드가 아니라 외야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에 대해선 충분한 고민을 했고, 투수에 대해 미련이 남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사시키 선배에게는 '투수를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고. 이미 본인 안에선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이야기지만, 이렇게 간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친구들에게선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었다. 공은 던지지 않는 거야?, 혹은 투수는 그만둔거니? 등등. 


"글쎄, 어떨까."

"어?"

"상대 팀에겐 전력 노출을 할 수는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웃자, 녀석은 조금 무안해했다. 음, 오늘도 적당히 잘 대답했다. 그리고 적당히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 복도 끝쪽에서 곧 버스가 출발한다는 사와무라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안녕. 인사를 마치고 토죠는 서둘러 버스로 향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차 깊숙한 안쪽에서 카네마루가 손짓으로 토죠를 불렀다. 그 옆자리 선반에 짐을 올리고 자리를 잡고 앉자, 카네마루가 물어왔다.


"뭐하다 이제 와?"

"응, 시니어때 친구를 좀 만나서."

"허어? 누구?"


 카네마루 역시 토죠와 시니어때 같은 팀 출신이었던지라, 녀석의 이름을 말해주자 카네마루는 아아, 그녀석ㅡ하면서 금새 알아들었다. 잘 지낸대? 그런 질문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곧 버스가 출발하고, 왁자하던 차 내는 금새 조용해졌다. 창 밖을 쳐다보던 토죠가 문득 입을 열었다.


"신지."

"어?"

"녀석이 묻더라고."

"뭐라고?"

"공은 이제 안던질거냐고."


 그 말에 카네마루는 웃음을 터트렸다. 기시감을 느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처음 외야수로 전향한다고 했을 때, 카네마루도 같은 질문을 했으니까. 


"나도 한 질문이지만, 참 바보같다."

"하하."


 카네마루는 쭈욱 기지개를 펴더니 뚜둑 소리 나게 목을 스트레칭 한 후,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자겠다고 말했다. 응, 잘자. 그렇게 말하는 토죠에게 카네마루가 물었다.


"학교 돌아가서도 연습 할거지?"

"응."

"어느 쪽?"


 가끔 카네마루는 참 짖궃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저 질문의 답은 당연히 정해져있지 않은가. 


"당연히 던지는 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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