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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오도] 잊어버리다. 6
글/역전재판
2016. 3. 26. 00:37
"어… "
"특별히 나만 그런게 아니라 그렇게 말한다면 누구라도 상처받을거에요."
쿄우야씨가 무언가 말하려던걸 얼른 가로채 어색해 지려던 분위기를 수습했다. 누구라도 수긍할만한 이유를 붙여서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빠르게 손을 놀려 일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커다란 상자가 두 개. 나는 쿄우야씨가 무슨 표정을 짓고있든, 지금은 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무척이나 조용한 분위기가 거슬려 흘깃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가 앉아있던 자리는 비어있었다.
남아있던 물건을 모두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가니 거실은 텅 비어있었다. 혹시 방으로 들어갔나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려봤으나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아까 말이 너무 심했나. 조금씩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태일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얼마쯤 더 돌아다니고서야 그를 찾을 수 있었다. 주방에서 뭔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쿄우야씨가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머쓱한 기분이 들면서도 마냥 뒤에서 구경만 할 수는 없어 그의 뒷모습에 대고 물었다.
"뭐해요?"
"아, 밥하고 있었어."
"직접요?"
"음… 맛있는걸 사주려고했는데 이 주변에 맛집은 전혀 모르겠고, 어딘가 나가기엔 시간이 좀 늦은거같아서. 그러고보니 괜찮을지 안물어봤네."
"괜찮아요."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식탁 위에는 소박한 가정식 몇 가지가 차려져있었다. 그 짧은 새에 잘도 차렸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젓가락을 집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응. 맛있게 먹어줘."
쿄우야씨가 만든 음식을 먹는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끔 그의 오피스텔에 놀러갔을 때, 나가기가 귀찮고 시켜먹는건 싫었을 때 돌아가면서 요리를 만들곤 했으니까. 나는 주로 가정식을 만들었고, 쿄우야씨는 온갖 세계요리를 만들어 나를 놀래키곤했다. 자기 말로는 여러나라를 돌아본 유학시절의 산물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어딜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감도 안잡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든 가정식은 처음이었다. 딱 하나, 계란 프라이를 제외하면. 일단은 제일 가까이 있는 나물요리를 먹기로 했다.
"맛있어?"
"네."
"다행이다."
함께 먹는 저녁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조용한 식사가 이어지던 가운데, 내가 계란 프라이 쪽으로 손을 뻗자 갑자기 쿄우야씨가 슬그머니 접시를 뒤로 뺐다.
"왜 그래요?"
"이건 안돼. 망했어."
"망해봤자 계란 프라이가 계란 프라이죠."
"아냐 정말 망했대도."
알아요. 먹어봐서 알아요. 유일하게 당신이 했던 가정식인걸요. 쿄우야씨는 유별나게도 계란 프라이만하면 망하곤했다. 어떻게 저렇게 쉬운 요리를 망하는지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려운 이탈리아 요리도, 그리스 요리도 척척 해내는 사람이 계란 프라이는 했다하면 실패였다. 맛이 괜찮으면 모양이 꼭 태운 숯마냥 시커멓게 된 적도 있었고, 모양이 괜찮으면 맛이 소태처럼 쓴 적도 있었다. 거기에 굴하지않고 요리 할 때마다 계란 프라이를 했던 도전정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버리면 아깝잖아요."
"그래도 손님한테 이런걸 내보이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손님한테 일 시킨 시점에서 예의고 뭐고 없잖아요?"
"절대로 후회하기 없기."
그렇게 신신당부하며 쿄우야씨가 내민 샛노랗고 동그란 계란 프라이. 모양이 멀쩡한걸 보면 이번엔 맛이 꽝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마치 그것이 폭발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미 여러번 해봤던 시식이지만 저런 눈으로 쳐다보니 왠지 또 긴장되는데. 그래서 빨리 끝내자는 심정으로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음."
"어때? 괜찮아?"
"아뇨. 맛없어요."
"넌 정말 가차없구나."
걱정했던 딱 그만큼의 맛없음. 그래도 그 맛없는 계란프라이에서는 그리운 맛이 났다. 그래서 나는 어이없어하는 쿄우야씨를 뒤로하고 그리움을 꼭꼭 씹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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