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하지 않는 나

글/다이에이 2016. 3. 25. 22:54



 야구에 미쳐있지만 그래도, 3학년 봄에는 누구라도 한번씩 그런 생각을 하게된다. 야구를 하지 않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마지막 여름이 성큼 다가온 탓이기도하고, 더욱이 주전선발에 옛저녁에 탈락한 이들에게는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된다. 프로, 혹은 대학리그. 최선의 선택지는 그것이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애초에 그런 고민을 하고있을리도 없지. 실업야구라는 선택지도있지만 정말 야구른 좋아하지 않고서는 그것 역시 쉽지않은 선택지다. 요컨대, 저 좁디 좁은 야구인의 길을 제외하면 야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야한다는거다. 배트를 내려놓고, 보호구를 벗고 경기장을 뒤로하고 나와야 한다는 것. 


  그야 물론, 기대를 안해본것도 아니었다. 경기장 한 편을 빽빽히 채운 스카우터들을 보면서 혹여나 눈에들지는 않을까, 이번 경기가 끝나고 스포츠 장학생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하지만 연습경기에도 풀타임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대타에게 그것은 분에 넘치는 소망이었다. 대학생, 혹은 사회인이된다면 더이상 야구를 이유로 부모님께 금전적 도움을 기댈수도 없으니 속은 더 타들어갔다. 



 그냥, 야구가 좋았다. 고향을 뒤로하고 야구유학까지 와서 한 눈 팔지않고 야구만 했는데도 나는 주전조차 될 수 없었다. 당장 이 좁은 세이도 안에서만도 괴물들 투성이였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매일같이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슬라임은 드래곤이 될 수 없었다. 나는 언제까지고 3군에서, 그것도 하위타선을 지킬뿐. 너무 허망해서 이젠 눈물도 나지않는다.


 야구를 하지 않는 나는 무엇을 할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야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고있을 미래의 내 모습이 잘 상상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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