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AU

글/다이에이 2016. 3. 25. 22:47

 

"불렀어요?"

 

 에이준이 품에 강아지를 안고 문을 두들겼다. 그의 방문에 미유키는 보고 있던 신문을 옆 테이블에 내려놓고, 에이준에게 자신의 반대편 자리를 권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에이준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푹 앉았다. 아차, 저번에 크리스 선배가 앉기 전에 물어봐야 한다고 해야 했던것 같은데. 살짝 눈치를보니 미유키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크게 상관 없으려나. 낑낑대는 강아지를 벽난로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미유키가 물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컸네."

"그쵸? 사랑을 듬뿍듬뿍 줘서 키우고 있으니까요."

"강아지 이름이 뭐랬지?"

"유우임다."

"유명 탤런트 이시다 유우의 유우?"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의 유우거든요!"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에이준이 새침하게 말하자 미유키는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사부의 이름을 강아지한테 붙이는 사람이 어디있냐. 미유키가 그렇게 놀리자 에이준은 양 뺨 가득 바람을 넣어 부풀렸다.

 

"그 쪽이랑 상관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왜 부른거에요?"

"마지막 시험을 치려고."

 

 그 말에 에이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후루야와 자신, 후보자가 단 둘만 남은 상황에서 언젠가 닥칠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갑자기일줄은 몰랐다. 아마 벽 반대편에서도 후루야는 같은 상황이지 않을까.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났다. 미유키는 수트의 안주머니에있는 홀스터에서 소형 권총을 꺼내 장난스럽게 에이준을 살짝 겨누었다가, 손잡이를 빙글 돌려 건넸다.

 

"받아."

 

 두근두근. 총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훈련으로 많이 익숙해졌으니까. 무서운 것은 지금의 상황. 에이준은 미유키가 다음 순간 자신에게 무엇을 시킬지 궁금하고, 또 무서웠다.

 

"이걸로, 유우를 쏴."

"?"

"난 두번은 안말하는데."

 

 미유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에이준이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같았다. 대신 반대편에 앉은 에이준의 손에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벽난로 앞에 얌전히 앉아있는 유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커다란 눈으로 에이준만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엔 시끄럽고 난동부리던 녀석이, 이상하게 지금 이순간만 조용했다. 총알이 자신의 머리를 꿰뚫을걸 알고 있기라도 한걸까. 에이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슬쩍 미유키를 바라보자 그는 가볍게 어깨를 들썩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에이준은 그의 말대로 해야 했다. 지난 몇 개월간 정을 붙이고, 존경하는 사부의 이름을 붙여서 동거동락했던 강아지를 단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쏴야 했던 것이다.

 

"저는........"

"."

 

 총을 쥔 왼손을 들어올렸다. 총구는 정확히 유우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검지에 걸린 방아쇠만 당기면, 벽난로 주변은 피투성이가 될테고 자신은 시험을 통과해 당당하게 크리스와 어깨를 겨줄 수 있게 될 것이다. 15, 아니 5초면 충분할것이다. 그것만 견디면 된다. 에이준은 눈을 꽉 감았다.

 

"........죄송합니다. 못하겠어요."

"그래, 넌 그정도의 남자구나."

 

 동시에 벽 반대편에서 탕,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그걸로 결정 됐다. 에이준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후루야는 통과했다.

 

"짐싸서 집으로 돌아가."

 

 미유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준은 크게 심호흡을 하곤 벽난로 앞에서 떨고있는 유우를 안아들었다. 잘 한걸까? 아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에이준이 잘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고, 기대해줬던 사부에게 아무런 보답도 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면서도, 이상하게 품 안에 안겨있는 유우의 체온에 왠지 안심이 됐다. 일단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자. 집에가서 한숨 잔 후에, 사부님에게 할 말을 생각해보자. 아니, 이제 앞으로 만날 수 있긴 한건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